[장재훈 기자] 교육부가 박백범 기획조정실장을 지난해 수능 출제오류 책임을 물어 인사조치 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교육부 안팎에서 면피용 희생양 만들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20일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오류 관련 피해학생 구제방안을 발표하면서 박 기조실장을 대기발령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능 문항 출제 오류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후속 조치를 미루는 바람에 수험생들에게 피해를 안겨줬다는 책임을 물은 것이다. 박 실장은 지난해 수능 당시 대학정책실장으로 재직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2015학년도 수능에서 조차 출제오류 논란이 빚어지자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희생양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박 실장에 대한 대기발령이 설득력이 떨어다는 지적이 많다. 수능 오류에 대해 정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1년 전 사건을 들춰내 현직 기조실장을 인사조치 하려는 것은 선 듯 이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부 기조실장으로서 수능 오류를 1년간 끌어왔다는 전략적 판단 미스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지만 그러나 이를 모두 박 실장의 잘못으로 몰아붙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전문가는 "수능 오류는 출제 당사자들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는데도 현직 고위 관료를 서둘러 인사조치 하려는 것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육부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식 징계절차에 착수하기도 전에 언론에 사실을 발표한 의도가 의심스럽다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교육부관계자는 “서남수 전 장관과 성태제 전 원장에 대해서는 두사람 모두 퇴직한 상태여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또 하나 박실장은 지난해 수능 오류 논란이 일자 교육부 간부들 중 유일하게 복수정답을 인정하고 학생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복수의 교육부 관계자들 전언에 따르면 “당시 서남수 장관 주재로 열린 실국장회의에서 박 실장은 수능 오류를 지적하고 즉각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그냥 밀어붙이자’는 강경론에 밀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교육부 한 직원은 “박 실장이 수능 오류를 인정하자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전체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 이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가운데 후속 인사조치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니다.
 
한 직원은 내년도 예산심의를 앞두고 총괄 사령관 격인 기조실장이 물러나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돼 누리과정 예산등 차질이 불기피해 졌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직원은 올해 수능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앞으로 상당한 수준의 문책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출제 전담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책임자 경질등 대대적 인적개편과 함께 출범 이후 최대 시련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