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기자] 2조 1천억원 규모의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놓고 정부와 대립하던 진보교육감 진영에 균열이 생겼다.

지난 11일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3개월치 누리과정 보육료를 편성한 내년도 서울시교육청 예산안을 발표했다.
 
같은 날 경기, 강원, 전북교육청은 경기·전북·강원등 3개 교육청은 내년 예산에서 누리과정 보육료 예산을 아예 편성하지 않았다.

무상보육은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에 당연히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일사분란 했던 진보교육감들의 대오가 무너져 버린 것이다. 지난 10월20일 전국교육감협의회에서 어린이집 누라과정 예산 편성 불가를 선언한지 불과 20여일 만이다.

지난 6일 대전에서 열린 전국교육감회의 직전까지만 해도 누리과정에 대한 진보교육감들의 방침은 확고했다.

그들은 ‘무상급식 예산을 줄여 누리과정 예산을 확보하라는 교육부 요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둘러싼 정부와 교육청간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다. 그러던 것이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다.

단초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제공했다. 교육계 소식통에 따르면 조교육감은 대전 교육감회의를 앞두고 교육감들에게 일일이 이메일을 보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권유했다.

광주, 강원, 경기, 전북교육감들에게는 직접 전화를 걸어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조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위해 동분서주 하는 동안 서울교육청 실무진는 내년 예산에 누리과정을 포함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교육부에도 고위관료를 보내 협조 의사를 전달했다. 교육부가 반색했다.

그러나 진보 진영 동지인 경기 이재정, 강원 민병희, 전북 김승환 교육감은 조교육감의 제안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교육청 간부회의 자리에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강요하는 정부 방침은 교육감에게 헌법 침해를 독려하는 것으로 규범 쿠데타에 해당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전면 무상보육은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에 당연히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교육감들에게 전가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한 라디오와 가진 인터뷰에서 " 기획재정부나 교육부, 청와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세입을 확보하는 일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서 우리(교육감)더러 예산을 줄여서 하라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조 교육감과 분명한 선을 그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번엔 청와대가 나섰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10일 “누리과정은 무상급식과 달리 법적으로 장치가 마련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교육청의 의무사항”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누리과정이 법으로 돼 있는 한 반드시 교육 재정에서 예산이 편성돼야 하고 원래대로 집행돼야 한다”며 논란을 단칼에 정리했다.

교육부와 교육청간 갈등 수습에 나섰던 조교육감으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됐다.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통해 교육감협의회 주도권을 장악하고 정부에 ‘러브콜’을 보내 예산지원을 기대했던 조 교육감만 머쓱해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