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기자] 조희연 서울교육감와 이재정 경기교육감의 대조적 리더십이 세간의 화제다. 두사람 모두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진보진영 돌풍을 일으켰던 주역들이지만 지난 4개월간 보여준 교육감 행보는 사뭇 다르다.

국회의원과 성공회대 총장,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재정 교육감은 ‘거물’ 답게 선굵고 강한 드라이브를 즐긴다. 9시 등교를 비롯 상벌점제 폐지등 논란이 많은 정책들을 거칠게 밀어붙이며 현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단 한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슬로건 처럼 정책 포인트를 학생으로 정조준 하고 있다. 좌고우면 하지 않는 강골 스타일은 경기도가 진보진영 교육을 주도하는데 일조했다.

실제로 6.4 지방선거 이후 교육 아젠다를 경기도가 틀어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쳇말로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교육현장의 흐름을 바꾼데는 이 교육감의 탁월한 정치 감각과 노련한 행정경험이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 교육감의 카리스마 리더십은 경기도 내에서 많은 불만을 사고 있는 것도 사실이어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일선 학교장들은 “교육현장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있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한 중학교 교장은 “상벌점제를 덜컥 폐지해 버리는 바람에 학생 생활지도가 멘붕에 빠져 버렸다”며 “학교 현장을 민주화 투쟁 대상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전직 교육 관료는 “교육청 간부회의가 일방통행식이어서 국 과장들이 입도 벙긋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임 김상곤 교육감때는 교육감이 30% 말하고 70%는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했었다면 지금은 상황이 반전돼 직원들 말허리가 잘리는 경우가 많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경기 교육계 분위기를 전했다.

교육청 직원 인사에서도 이 교육감은 강공책을 구사했다. 비서실은 물론 정책기획관, 감사관, 대변인, 교육연수원장을 모두 외부 인사로 채웠다.

경기북부교육청 안전지원국장도 공모중이다. 전임 김상곤 교육감이 취임 직후 단 3명의 측근들만 데리고 입성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래서 일까. 이재정 교육감과 김상곤 전교육감의 관계도 매끄럽지 않다는 말들이 도교육청 주변에서 흘러나온다.

김상곤 인맥이 대거 물갈이 된 것과 함께 ‘창의 지성’이라는 김 전교육감의 키워드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는 후문이다.

반면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집단 지성을 중시하는 코치형 리더십으로 수도 교육을 이끌고 있다. 그는 직원들의 의견을 구하고 생각을 듣고 아이디어를 모으면서 업무를 진행하는 스타일이다.

유신 시절 학생운동으로 투옥된 경력과 비판적 지식인이 주는 까칠한 선입견과 달리 친화력이 돋보이는 인물이다.

열심히 경청하고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꼈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는 ‘평등’과 ‘균형’을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람들은 딱딱한 권위주의를 과감히 벗어 버린 신선함에 더 주목한다.

곽노현과 문용린 전 교육감의 정책들을 수용, 계승 발전 시키려는 포용력도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보수진영에서 조차 ‘조희연의 노선은 싫어도 조희연은 좋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부족한 행정력은 그가 풀어야할 시급한 숙제다. 교육청 직원들은 “학습 속도는 빠르지만 행정 조직을 운영한 경험이 없어서 인지 외곽조직에 의존하거나 결단이 느리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고등학교 교장은 “교육 현안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전교조에 끌려다니거나 관료주의 벽을 넘어서지 못해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조희연과 이재정 두 교육감의 대조적인 스타일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김상곤 과 곽노현 전 교육감의 닮은꼴 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취임 하자마자 인권조례 등 진보 정책을 매섭게 몰아붙이면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낙마시켜 버린 ‘검투사 곽노현’과 공손과 겸손, 그리고 악수하는 두손을 상징되는 ‘삼손 김상곤’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곤 같은 조희연과 곽노현 같은 이재정이 보여줄 교육은 4년 후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