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기자]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서울시내 사립 중고등학교 159개교의 학교운영비를 삭감했다. 일반고를 살리기 위해 학교당 평균 1억원의 학교운영비를 지원하겠다는 교육청의 약속과 달리 일부학교에서는 주어진 운영비 마저 삭감당하는 일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사학법인들이 학교에 부담하는 법인전입금을 적게 냈다는 이유에서다.

법인전입금이란 학교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재단이 부담하는 것으로 학교법인은 수익용 재산에서 생긴 수익 중 100분의 80 이상을 학교운영에 필요한 경비로 써야 한다. 100원의 수익의 나면 적어도 80원은 학교에 투자해야 한다.

시 교육청은 지난 2008년부터 사학법인들이 재정난을 이유로 법적으로 부담해야할 전입금을 기준치 보다 적게 내자 이들 학교에 주는 학교운영비를 부족분 만큼 삭감해 버렸다.

이런 케이스로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서울시내 사립학교에서 삭감된 학교운영비는 모두 171억원. 대상 학교만 493개교에 이른다.

  2008년부터 3년간 493개교서 171억 삭감

시 교육청은 “법인들이 전입금 납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데서 오는 당연한 처분”이라고 밝혔다. 법정부담금 적정액을 전출하지 않은 법인에 대해서는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 학교의 재정결함 보조금을 감액 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서울시교육비 특별회계 예산 편성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학재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교회계와 법인회계를 엄격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면서 법정 부담금 미 지급분에 대해 재정지원을 차단하는 것은 교육감의 고유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재정형편이 어려운 법인도 있겠지만 고의로 법정 전임금을 내지 않는 경우도 있어 일률적으로 학교운영비를 삭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인 전임금 부족에 대해 고의성 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주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구분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며 “재정결함 보조금 삭감과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사학 측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 올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학법인들은 시 교육청의 처사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법정부담 경비를 전액 부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법인 운영비 지출을 차단하거나 학교운영비에서 감액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재정결함보조금을 지원하면서 학교법인의 건강보험료를 학교회계에서 부담했다는 이유로 학교운영비를 차감해 지원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재정 열악한 사학재단 건강보험료 부담이 발단

이들은 재정이 열악한 학교법인은 최소한의 이사회 운영 경비 및 사무직원 인건비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할 수 있고 건강 보험 등 복리 후생에 필요한 재정 부담이 어려울 경우 그 부족액을 학교회계에서 부담하도록 규정돼 있는 사립학교법과 사학연금법을 근거로 제시했다.

사학법인들은 또 중고등학교 법인과 대학 법인의 건강보험료 법인 부담에 차등을 두는 것도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사학법인 대표자들 모임인 한국초중고법인협의회의 정기총회 모습

대학법인은 학교회계에서 건강보험료 부담을 허용하고 있는데 반해 중고등학교 법인에게만 이를 금지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사학법인 관계자는 “법정부담금을 내지 못한 법인들의 학교운영비를 일괄적으로 삭감하기 보다는 충분한 수익이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는 법인에게 재정결함지원금 삭감과 같은 제재조치를 위해야 할 것”이라며 획일적인 학교운영비삭감은 행정편의주의 전형이라고 비난 했다.

시 교육청과 사학법인간 전입금 공방으로 학교운영비가 줄어드는 바람에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 몫으로 돌아갔다.
 
실제로 서울 K고의 경우 지난 2008년 부터 매년 연간 8천만 원씩 모두 4억여원이 삭감됐다. 이 학교관계자는 냉난방 및 시설유지 보수에 많은 어려움을 격고 있다고 털어놨다.

  학생들만 피해.. 냉난방 및 시설보수 차질 우려

교육계에서는 법인 전입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단위학교 교육의 젖줄인 학교운영비를 삭감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보호해야할 교육청이 학교운영비를 담보로 사학측을 압박하는 것은 비교육적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사립중고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을 사실상 강제 배정된 학생들이어서 경직된 행정 행위로 선의의 피해자만 양산하는 꼴이 됐다.

송기창 교수(숙명여대)는 “일률적인 삭감조치는 해당 사립 중고교에 재학중인 학생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며 “이는 헌법상 보장된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교육당국의 재량권을 남용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