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기자] 그녀는 개성에서 손꼽히는 부호의 딸이다. 6.25때 부모가 월남하면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이화여대를 나와 20대 후반, 학원사업에 뛰어든 그녀는 이후 30여 년간 파고다학원을 국내 최대 어학그룹으로 성장시켰다.

연매출 800억원, 학원 수강생만 연인원 60만명에 달한다. 지난달 100만 학원인을 대표하는 한국학원총연합회 13대 회장에 취임한 박경실 회장(59). 1957년 한국학원총연합회 창립 이래 여성출신 회장은 그녀가 처음이다.

박 회장은 취임사에서 “학원과 독서실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는 그날까지 회원들의 든든한 손과 발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학원은 학교교육 보완하는 평생학습 기관 .. 과외 와 달라

- 왜 사교육 시장에 뛰어 들었나.

“ 사교육? 난 교육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배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학습기회를 제공하는 학원 경영자다.”

- 학원은 사교육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다. 학원은 학교교육을 보완해주고 평생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평생교육 개념으로 봐야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개인과외나 교습소가 사교육이다. 현행 '학원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관한법률'(학원법)에서 학원과 개인과외, 과외 교습소를 한데 묶어 놓은 바람에 ‘사교육’으로 통칭돼 학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됐다. 학원교육과 사교육은 분명한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 학원법이 잘못됐다?

“그렇다. 지금 학원법은 사교육법이다. 학원법에서 개인과외와 교습소는 떼어내야 한다. 그래야 학원교육이 학교교육과 함께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지금의 학원법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누더기 법안이다."

- 학원은 사교육비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데.

“정부가 전문적 교육과정과 합리적 수강료를 갖춘 학원은 규제한 반면 불합리한 학습비를 요구하는 대기업을 위해 편향된 교육정책을 펼친 탓이다. 이 때문에 학원이 사교육비 주범으로 지목됐다. 솔직히 말해 사교육비 증가 요인은 학원이 아니라 무분별하게 운영되는 불법 개인과외 및 공부방이나 교습소 등이다. 이를 도외시 한 채 학원만 억압한다면 풍선효과처럼 음성적 불법과외만 성행하고 교육질서는 무너지게 된다.”

-개인과외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들었다.

“ 학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다 보니 돈 되고 간섭 없는 개인과외나 공부방이 성행한다. 실제로 학원하다가 안되면 문 닫고 개인과외나 교습소 하겠다는 원장들이 많다. 규제 안 받고 세금안내는 개인과외 하지 누가 학원하려 들겠는가. 과거 5공화국때 과외금지 조치가 있었다. 당시에는 학원을 육성하고 음성적인 과외를 단속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정부는 학원을 억누르고 개인과외를 육성하고 있다. 정부 정책의 시계가 30년전으로 되돌아가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교과교습학원은 지난 2008년 75,959개에서 2012년 77,014개로 1,4% 늘어난 반면 개인과외는 같은 기간 61.104명에서 94,307명으로 54% 증가했다.)

학원이 무슨 죄.. 허가 내줄땐 언제고 맨날 두들기나

- 학원이 통제의 대상이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입시교육 탓에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리면서 학교교육이 위축됐기 때문으로 본다. 정부는 학교와 학원이 균형을 이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시소게임 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지니까 학원을 억누르고 나선 것이다. 대표적인게 방과후학교다.”

- 타격은 어느 정도?

“보습 쪽의 80%가 파산한 상태다. 심각한 생계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비교적 경기가 낫다는 어학 학원도 B급이나 C급은 모두 문을 닫았다.”

- 대책이 있나?

“학원을 사교육 틀에 가두고 다 죽이든지 아니면 학원의 순기능을 살려 평생교육으로 육성하든지 정부에 선택을 요구할 생각이다. 학원에 허가 내 줄때는 언제고 허구 헌날 규제하고 두들기고 이제는 우리도 못할 짓이다. ‘보습학원 하지마라’ 그러면 모두 과외로 가면된다.”

- 학원 한 것을 후회하나?

“ 우리도 교육하는 사람이다. 정말 자부심 갖고 일하고 있다. 그런데 사교육과 전쟁이다 뭐다 하면서 우리를 범죄자 취급해 왔다. 정부는 행복을 이야기 하지만 우리는 불행하다.”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학원 수강료가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글쎄, 그런 생각을 하실 수 있겠지만 학원 입장에서는 방과후 몇시간 운영해서 임대료와 강사료, 운영비등을 충당해야 하는 형편이니 체감지수가 다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학부모들이 느끼는 고액수강료는 학원이 아니라 불법고액과외 등에 기인한 것이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액 수강료를 징수하는 학원은 전체의 1~2% 정도다. 이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지난 2012년 이래 학원수강료가 동결돼 있다는 점도 알아 줬으면 좋겠다.”

누더기 된 학원법..개인과외 포함시켜 사교육법 전락

- 학원들은 수강료 자율화를 원하는데 인상하겠다는 뜻 아닌가.

“무분별한 자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학원 규모와 수준, 경제상황등을 고려한 적절한 수준의 수강료를 책정하겠다는 것이다. 학원 교육은 서민을 위한 교육이니 만큼 법적 테두리안에서 적정 수강료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학원 강사들의 인권이나 처우개선을 위한 노력은?

“학원 사정이 워낙 어렵다 보니 강사들에 대해서는 미처 신경을 못쓰고 있다. 학원 마다, 또 강사 마다 수입이나 근로조건이 천차만별이어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시간당 1만4천원을 받는 강사가 있는가 하면 방학 때 3~4천만원이 거뜬한 경우도 있다.”

- EBS에 대해 할말이 많을 것 같다.

“ 할 말은 무슨... (잠시 머뭇거리다) 메가스터디 죽인거 아닌가. 한때 국내 굴지 교육기업으로 자산가치가 2조원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2천억대로 떨어졌다. 학원도 하나의 교육기업으로, 교육산업으로 봐주면 좋은데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사교육으로 몰아세워 버리니 시련도 이런 시련이 없다.”

- K-POP 처럼 해외로 진출할 생각은.

“ 우리나라 학원 산업이 외국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학생수 줄고 정부 규제 늘고.. 일선학원들 파산 지경

  - 학원총연합회는 다양한 학원들이 집합체다 보니 전체를 아우르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많이들 믿고 따라주셔서 힘든 점은 없다. 다만 각 계열 학원들간 이해가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난감 할 때가 있다. 예컨대 교습시간을 늘리자는 요구가 있지만 그러면 독서실등 독서 계열 학원들이 손해를 보게된다. 보습학원과 음악-미술 예술학원과도 상치 관계에 놓여있다. (웃으며) 나막신 장수와 소금장수 아들을 둔 심경 이다.”

- 학원총연합회 분과 학원 중 가장 센 계열은 어딘가.

“ 아무래도 숫자가 많은 보습 계열이다. 전국에 약 3만8천개 정도되는데 정부 규제도 제일 심하고 정부 정책에 따른 타격이 크다 보니 응집력 아주 강하다.”

- 학교와 학원은 동지인가 적인가?

“ 학원은 정부의 정식 인가를 받은 전문 교육기관이다. 학교교육의 한계를 보완하고 학습결손을 보충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해외유학 대체사업과 평생교육, 지식기반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학교와 학원을 분리하고 적대적 개념으로 접근하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냐한다고 생각한다.”

- 황우여 교육부장관 내정자에게 하고싶은 말은?

“황 내정자는 의정활동을 통해 교육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분이다. 편파적 차별적 정책으로 인한 기형적 교육이 아닌 학교교육과 학원교육이 상호발전할수 있는 교육정책을 펴 줄것으로 기대한다.”

파고다교육그룹은?

파고다교육그룹(www.pagoda21.com)은 국내 대표 어학교육그룹으로 ‘세계화 시대의 국가 핵심 자원인 경쟁력 있는 외국어 인재양성’을 위해 설립되었다.

1985년 국내 최초로 원어민영어회화(SLE)를 도입하여 영어회화 교육방식에 큰 획을 그었으며, 1994년에 학원을 ㈜파고다아카데미로 법인 전환하고 본격적인 기업 형태를 갖추는데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현재 파고다교육그룹은 ㈜파고다아카데미, ㈜파고다SCS(다이렉트 잉글리쉬, 엔파고다, 파고다 주니어), ㈜리드캔 등 3개 법인을 두고 있으며, 법인 산하에 10개의 브랜드를 일궈냈다.

외형 또한 전국에 15개의 직영점과 12개의 프랜차이즈로 커졌으며, 연간 수강생 규모는 60만명 에 달한다. 파고다교육그룹에 종사하는 직원 수도 임직원 약 320명, 강사 약700명으로 총 1,020여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