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기자]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첫 날은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11페이지에 이르는 장문의 취임사는 ‘복지’와 ‘인권’ 대신 ‘미래’와 ‘세계 시민’을 강조했다.

사람들은 그를 진보교육감이라 불렀지만 그는 진보의 프레임에서 벗어나려 노력했다. 자신을 둘러싼 ‘39%의 동굴’에서 한 발짝 걸어 나오는 용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1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교육청 기자실. 40~50여명의 취재진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조 교육감은 합리적 균형감각을 드러냈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와 관련, 그는 정부와 정치권에 교원노조법 개정을 촉구하면서도 학교 복귀를 거부한 전교조 전임자들에 대해서는 실정법을 따라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취임식을 겸한 희연쌤과 하는 김밥토크. 이자리에서 조교육감은 소통과 혁신, 희망을 강조했다.

자사고를 폐지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일반고가 공교육의 중심이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지만 우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월성교육도 필요하다며 균형 있는 발전을 강조했다.

교육감으로서 인의 장막에 갇혀있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인상적이다. 조 교육감은 개인 이메일을 만들어 정책과 인사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직접 듣겠다고 말했다.

사소한 정책 건의도 좋고 인사 추천도 좋다며 교육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소통의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학생인권에 대해서는 교권과의 공존을 강조함으로써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오후 3시 서울보광초등학교 강당. 피부색이 다른 50여명의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조 교육감과 마주했다. 교육감 취임 이후 첫 학교 방문이다.

지은 지 30여년을 훌쩍 넘긴 이 학교는 안전 점검에서 D등급을 받았지만 재건축 대상지역에 있다는 이유로 증개축을 하지 못하는 낡은 학교. 여기에 주한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 특성에 따라 다문화학생은 21개국 87명에 이른다.

조교육감은 “우리 아이들을 일본의 아베 총리처럼 키울수는 없지 않느냐”며 “교육을 통해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할 줄 아는 열린 세계 시민의 감수성을 길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민주시민의 단계를 넘어 열린 세계시민으로 우리 학생들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닫힌 민족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국가와 민족에 대한 성찰 능력을 가진 존재로 키우는 ‘창의 세계화 교육’이야 말로 우리교육의 새로운 목표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 해온 지식인 조희연. 그는 교육감으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면서 낡고 좁은 운동장을 가진 다문화 학교에서 열린 세계와의 소통을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