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기자] 연금이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8월 명예퇴직 신청자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그러나 각 시도교육청이 확보한 예산은 거의 바닥난 실정이어서 8월 명예퇴직은 낙타가 바늘구멍 뚫은 것 만큼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3일 8월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원이 공립 1900여명, 사립 400여명등 모두 23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명예퇴직 제도가 시행된 이래 8월 퇴직 신청으로는 최대 규모다. 또 지난해 8월 신청자 384명과 비교하면 무려 7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같은 현상은 서울 뿐 아니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공통으로 벌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교장, 교감등 관리직 교원과 원로교사들의 명예퇴직 신청이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연금에 대한 위기 의식과 함께 진보교육감 등장에 따른 불안감이 겹치면서 교단을 떠나려는 교장-교감들이 급증 했다는 것이다.

한 장학관은 “전임 곽노현 교육감 때 곤욕을 치렀던 이들이 친 전교조 성향의 조희연 당선자가 등장하자 연금 불안을 빌미로 떠날 채비를 서두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시 교육청은 교장등 관리직 교원 명퇴 신청자가 줄잡아 50~60여명에 이를 전망이라며 여기에 원로교사들 까지 대거 합류하면 경쟁은 그 어느때 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명예퇴직 예산이 거의 바닥났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명퇴 신청자가 2300여명에 이르지만 가용재원을 모두 끌어들인다 해도 수용 인원은 최대 100여명을 넘어서기 힘들다”고 밝혔다.

실제로 시 교육청의 경우 명예퇴직 수당과 퇴직수당 부담금 명목으로 확보된 예산은 30억 원 정도여서 신청자들을 받아들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전국 17개시도교육감들을 올해 초 명예퇴직을 위한 지방채 발행을 교육부에 건의 했으나 ‘인건비 충당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교육부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시교육청은 현재 11개 지역 교육청별로 명예퇴직 신청 집계가 이뤄지고 있어 이번 주말쯤 정확한 수치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