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숲속에 술 한병 놓고/ 벗도 없이 홀로 술을 마신다/ 잔을 드니 마주치는 밝은 달/ 그림자 비치니 어느새 셋일세.. (중략)..취할 때 까진 함께 맘껏 즐기지만/ 취한 후엔 조용히 흩어진다/ 정에 얽매이지 않는 긴 사귐/ 먼 은하에도 다시 계속 돼었으면”

6.4 교육감 선거에서 패배한 문용린 서울교육감이 당나라 시인 이백이 쓴 월하독작 (月下獨酌)이란 한편의 詩로 아픈 심경을 드러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문 교육감은 지난 12일 도덕성 세미나 참석차 일본으로 떠나기 전 직원들에게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한 이 시를 직접 프린트해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조희연 당선이의 교육감직 인수위원회가 출범한 날과 일치한다. 

이어 조희연 당선인과 모처에서 만난 문교육감은 "교육감직 인수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내가(문교육감) 없다고 생각하고 아무런 부담갖지 말고 일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학에 밝은 문교육감이 직접 번역한 것으로 알려진 월하독작(月下獨酌)에는 지난 1년 6개월간 교육감직을 수행하면서 느꼈던 인간적인 소회가 잘 나타나 있다는 평이다.

‘꽃 숲속에 술한병 놓고/ 벗도 없이 홀로 술을 마신다’로 시작된 이 시에서는 선거 패배에 따른 회한과 외로움, 교육감으로서의 보람, 그리고 한번 맺은 인연을 놓지 않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는 문 교육감의 심경이 오롯히 담겨있다.

이 시를 받아든 한 장학관은 “선거 패배로 교육계를 떠나는 원로 교육자의 처연한 뒷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면서 “서울교육 발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던 문 교육감의 진정성이 다음 교육감에게도 그대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월하독작(月下獨酌)은 원래 4편으로 이뤄진 장문의 시 이지만 문교육감은 제 1편을 골라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월하독작(月下獨酌) 원문과 문교육감의 번역문을 함께 싣는다.

             花間一壺酒 (화간일호주) 꽃 숲속에 술 한병 놓고

獨酌無相親 (독작무상친) 벗도 없이 홀로 술을 마신다

擧盃邀明月 (거배요명월) 잔을 드니 마주치는 밝은 달

對影成三人 (대영성삼인) 그림자 비치니 어느새 셋 일세

月旣不解飮 (월기불해음) 달은 원래 술을 마실 줄 모르고

影徒隨我身 (영도수아신) 그림자는 그저 나를 따르는 움직임

暫伴月將影 (잠반월장영)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하며

行樂須及春 (행락수급춘) 봄날의 행복을 스치듯 느껴본다

我歌月排徊 (아가월배회) 노래를 부르면 달은 서성이고

我舞影凌亂 (아무영능란) 춤을 추면 그림자는 덩실 댄다

醒時同交歡 (성시동교환) 취할 때 까진 함께 맘껏 즐기지만

醉後各分散 (취후각분산) 취한 후엔 조용히 흩어 진다

永結無情遊 (영결무정유) 정에 얽매이지 않는 긴 사귐

相期邈雲漢 (상기막운한) 먼 은하에도 다시 계속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