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그 책 읽었어요. 감동 받았어요. 사진 찍어도 돼요?”

비오는 일요일(25일) 저녁 6시,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다닌다는 홍대입구. 서울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고승덕 후보가 시민들과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선거 유세를 위해 이곳을 찾았지만 마이크를 잡아 볼 새도 없이 학생들에게 둘러 싸였다.

지나가던 여학생들이 고 후보를 알아보고 먼저 핸드폰을 들이댄다. “같이 찍어요” 고 후보가 말하자 두명이 여학생이 팔짱을 끼고 포즈를 잡았다.

고승덕 후보를 아세요? 막 사진을 찍고 나오는 여학생에게 물었다. “제가 포기는 없다 뭐 그런 제목으로 시작된 책 있잖아요.(고 후보 저서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를 말한 듯) 그거 정말 재밋게 읽었거든요. 그때부터 좋아했는데 여기서 볼 줄 몰랐어요.”

기자가 인터뷰 하는 동안 쉴 새 없이 학생들이 몰려 들었다. 간혹 고 후보가 악수를 청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왔다. 미국인 친구와 데이트를 나왔다가 고 후보를 만난 이유란씨(23)는 “고승덕 파이팅”하고 소리친뒤 “저 꼭 투표할게요” 라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씨는 고 후보 사인을 들어 보이며 “고시 3관왕의 기를 받았으니 잘 되지 않겠느냐”며 깔깔댔다. 근처에서 식당을 한다는 박 모씨는 고 후보에게 악수를 청하며 “변호사 양반이 교육감인가 뭔가 되면 우리 애들도 공부 좀 할랑가 모르겄네” 하며 웃었다. “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 후보가 허리를 80도 쯤 깍듯이 숙였다.

빗줄기는 조금씩 굵어졌지만 유세장 분위기는 유명인과 만남을 즐기는 ‘게릴라 데이트’ 분위기였다.

예상 밖 반응에 고 후보도 상기된 표정이 역력했다. “반응이 좋아요. 딱 악수해보면 알거든요. 날 싫어하는지 좋아하는지 감이 와요. 그런데 요즘 어딜 가나 환영해 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만나고 있어요.”

고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는 공감교육이다. 교육은 학교와 학부모, 교육청이 아이들과 공감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처음 교육감 출마를 결심 했을 때 교육계가 저를 얼마나 지지할까 자신 없었어요. 그런데 의외로 저에게 기대를 거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지난 1년 반 동안 공정해야 할 인사는 편중되고 현장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됐더군요.”

고 후보는 선거 운동을 하면서 소수 관료집단이 장악하고 있는 서울교육을 소외된 사람들이 ‘한번 바꿔보자’ 하는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력수준은 세계 최고입니다. 선생님들도 가장 우수한 분들이 들어 오시 잖아요. 그런데도 교육은 늘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똑똑한 선생님들이 갑자기 무능해 지기라도 한 것일까요. 저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교육청 잘못이 제일 크다고 봐야죠.”

고 후보는 지금의 교육계를 히딩크 감독이 오기 전 축구계와 같다고 지적했다. 선수 자원은 훌륭한데 이를 끌고 갈 적임자가 없다보니 오합지졸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 교육감을 모두 교육계 밖에서 데려오자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독점하는 교육행정을 바꾸기 위해서는 저 같은 사람도 들어가 야 변화가 생긴다는 말입니다.”

오바마 정부에서 교육부장관이 된 아론 던컨 시카고 교육감처럼 다양한 경험과 정치력을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가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해 봤잖아요. 그런데 교육에 비하면 정치는 쉬워요. 당론만 따라가면 80점은 맞거든요. 그런데 교육은 다르죠. 보수와 진보논리가 있고 초중고교로 나뉘는 학교급이 다르고, 교사와 장학사, 전문직과 행정직, 공교육과 사교육등 고려해야할 변수가 수십가지에 이를 정도입니다. 신화에 나오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풀기 어려운게 교육이죠.”

그는 “교육은 다양한 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학자들이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면서 “이해 관계를 절충하고 교육내적인 것과 교육 외적인 부분을 연결해 나가는 정치력이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가 유권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시민들에게 지키지 못할 달콤한 약속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 보다는 인간 고승덕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얼마나 진정성을 가졌는지를 살펴 보고 판단해 주시길 바랍니다." 짧고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