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깊은 슬픔에 빠졌다.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샜고 이 땅의 교사들은 오열했다. 꽃같은 청춘을 바다로 보낸 4월, 깔깔대던 웃음 소리 사라진 고등학교 교정은 참혹한 슬픔 앞에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 했다. 주인 잃은 텅빈 교실... 그날, 진도 앞바다엔 통곡의 비가 내렸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을 태운 여객선이 지난 16일 오전 전남 진도해상에서 침몰, 280여명의 사망 실종자가 발생했다.

17일 아침, 사고대책본부와 합동 상황실이 차려진 안산 단원고에는 침몰사고의 충격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떠난 교실에는 평소 사용하던 체육복과 참고서, 헤어 밴드등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2학년 10반 교실 칠판에는 ‘죽지말고 돌아와’ ‘언니 사랑해’ ‘수정아 보고 싶어’ 등등 무사 귀환을 바라는 친구와 선후배들의 글들이 어지럽게 적혀 있었다. 2학년 8반 교실에는 ‘과제, 꼭 돌아오기 죽지 말기’라고 화이트보드에 적어 놓아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학생들 책상에도 친구들이 써 놓은 쪽지들이 가득했다. 2학년 김수정양 책상에는 ‘우리 먹보 언능 와야지, 기다리고 있을게’라고 적혀 있었으며 또 다른 학생 책상에는 ‘누나 보고 싶다, 돌아 올 거지 그치?’ 라는 노트 필기가 놓여 있는등 학생들의 간절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 학교 교사들도 말문을 잇지 못했다. 현장에서 만난 김 모교사는 어떻게 이런 기가막힌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겠다며 사고가 수습됐다 하더라도 제자들과 동료 교사들이 떠난 교단에 설 자신이 없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는 사망한 최혜정 교사에 대해 친언니처럼 따뜻한 영어 선생님이었는데 학생들의 충격이 무척 클 것이라며 비통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동아리 후배들이 실종돼 걱정돼서 학교에 나왔다는 이 학교 3학년 강모군은 “평소 잘 대해주지 못한게 무엇보다 마음에 걸린다”면서 “제발 무사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1학년 오 모양은 “친하게 지내는 언니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다”며 “수학여행 갔다 오면 함께 놀이공원 놀러가기로 했는데 어제부터 아무리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없다”고 울먹였다.

교육계 깊은 슬픔...교사들 뜬눈으로 밤새

교육계도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교육부는 지난 16일 서남수 장관이 직접 진도 현지에 내려가 사태수습을 진두지휘하면서 학생 구조에 힘을 쏟고 있다. 교육부는 또 전국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내려 보내 학생 현장체험학습의 안정성 여부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하도록 지시했다. 교육부는 각급 학교 현장 체험학습의 안전상황을 재점검하고 조금이라도 안전에 우려가 있을 경우 취소하도록 조치했다.

문용린 서울교육감은 17일 간부회의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는 있을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로 참혹한 마음 금할 수 없다”며 “실종된 학생과 승객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문교육감은 이어 “사고수습이 마무리 될 때 까지 각종 불요불급한 행사를 취소하고 불가피한 교육행사는 최대한 검소하게 시행, 국민적 애도분위기에 역행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경기도교육청은 17일 각급 학교에 보낸 공문에서 현장체험학습을 무기한 중단한다는 지침을 통보했다.

한국교총은 스승의날 행사로 준비했던 교사 음악회 녹화를 무기한 연기했다. 안양옥 교총회장은 성명을 통해 학생과 교사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정부가 모든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하고 정부 사고대책반은 구조된 학생들에 대해서도 심리 치료등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회장은 이어 교육적으로 의미 있고 안전한 교육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학생 야외체험 활동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전교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실종된 제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수 있도록 간절히 기원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전교조는 이날로 예정됐던 공교육정상화 촉구 철야 농성도 추모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전면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