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 1년만에 전면시행 큰 혼란 우려
교육 행·재정 시스템
통합 교육행재정 시스템인 에듀파인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교육현장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충분한 연수도 없이 밀어붙이는 바람에 일선 학교들은 극심한 혼란과 업무부담에 시달리고 있는가 하면 시스템 연동성이 떨어져 교사와 행정직원들 모두 골탕을 먹고 있다.
예컨대 볼펜 열자루가 필요하다고 할 때 종전에는 행정실에서 일괄 구입해서 나눠주면 됐지만 에듀파인은 교사 10명이 일일이 입력하고 구입해야하는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교총과 전교조 등 교원단체에서는 조속한 보완책 마련과 시행유보 등을 요구하고 나섰고 행정직원들로 구성된 공무원 노조에서는 교사들의 업무를 행정실에서 모두 떠안게 됐다며 분통을 터트리는 실정이다.
특히 에듀파인은 공립학교를 기준으로 프로그램이 만들어 지는 바람에 사립학교에서는 운영에 더욱 애를 먹고 있다.
교사들의 급여를 줘야하는 재정결함지원금과 같은 항목은 아에 빠져있을 뿐 아니라 중고교가 함께 운영되는 사립학교에 대한 고려도 빈약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월 30일 교과부와 개발업체인 LG 측이 일선 학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에듀파인 시연회를 열었으나 이같은 문제를 풀 뚜렸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부는 "학교 회계제도가 복식부기로 바뀌는 과정에서 교사들이 새로운 전산 시스템을 익히고 이를 습득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원인력 배치 등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교원 업무 대폭증가 = 교사들이 에듀파인 시행에 가장 불만을 터트리는 부분은 업무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에듀파인 자체가 부서별, 개인별 업무 위주로 돼 있어 모든 업무를 해당 교원이 맡아서 처리 해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예산 집행에 요구되는 사업에서는 교사 본인이 기안부터 집행까지 모든 것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행정실에서 하는 업무까지 교사들이 맡게 되는가 하면 이와는 반대로 교사들의 업무를 행정실에서 전부 처리하는 경우도 있어 에듀파인을 둘러싼 업무분장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업무 비효율성 = 에듀파인 시행을 계기로 교육현장에서는 학사 시스템인 NEIS와 교무행정 시스템을 비롯 온라인 자료집계, 독서지원시스템, 사이버스쿨 등 평균 5~6가지 이상의 시스템이 운용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들 시스템간 연동이 원활하지 않아 사용자들은 이중삼중의 작업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을 겪는 것이다.
또 에듀파인 자체내에서는 입력자료의 수정 등이 안돼 업무처리가 그만큼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다.
때문에 동일한 품목이라도 각각 품의 및 결재과정을 거쳐야 함은 물론 각각 시스템간 호환이 안돼 모든 사항을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교원 연수 부족 = 에듀파인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고 능숙하게 운용하는 교사는 매우 드물다. 그만큼 교사 집단의 시스템 적응 속도가 더딘 것이다.
교과부가 새로운 시스템을 시행하면서 교사들에 대한 충분한 연수가 부족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
교과부가 전국 270개학교에서 시범운영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교사들 절반이상은 에듀파인 조작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한 교사는 “연수를 받아도 도통 알기힘든 회계 업무까지 처리하라고 하니 답답할 지경”이라면서 “내년에는 누구도 정보부장을 맡지 않으려 한다” 교육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교총이 에듀파인 시범학교를 대상으로 인식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18.5%만이 충분한 연수를 받았다고 답했다. 교과부는 지난 3년간 충분한 연수를 실시했다고 하지만 현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사립학교들 불만 = 사학 관계자들은 에듀파인이 공립 학교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사학에서는 사용하기가 매우 불편하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재정결함지원금 등의 항목은 아예 만들어져 있지 않아 인건비에 대한 예산 편성 자체가 불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중고교가 함께 운영되고 있는 학교에서는 더욱 불편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사립학교 행정실장은 “교과부와 개발사측에 여러차례 항의를 했으나 보완하겠다는 말만 할뿐 구체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며 “당장 내년예산을 어떻게 짜야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교과부의 고민 = 교육현장의 반발에 교과부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교사들이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교사들이 원하는 외부 입력 허용 부분은 보안상의 문제와 맞물려 선듯 수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에듀파인이 NEIS에 비해 운용이 까다로운 것도 바로 보안 문제 때문이다.
시범 기간 1년만에 전면 시행하는 것도 교과부로서는 부담스럽다. 무리가 따르는 측면이 있지만 학교회계를 복식회계로 법령이 개정된 상태여서 마냥 미룰수만도 없는 실정이다.
교과부는 이번주중 에듀파인 연수 동영상을 마련, 각급 교육기관에 배포, 최대한 연착륙을 도모할 방침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