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기자] 내년 서울시교육감을 6개월여 앞두고 전직 교육장관과 국회의원등 거물급 인사들이 하마평이 오르내리면서 치열한 탐색전이 전개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논의과정에서 교육감 선거 방식이 정해지겠지만 출마를 염두에 둔 후보들의 행보는 잰걸음이다.

진보와 보수 진영이 번갈아 집권하면서 요동을 쳤던 서울교육은 내년 선거를 기점으로 확실한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그만큼  양 진영 모두 물러설 수 없는 건곤일척의 승부가 예상된다.

문용린 교육감이 버티고 있는 보수진영은 정중동이다. 현재 도전장을 내민 인물로는 조전혁 명지대 교수, 고승덕 변호사, 이상면 전 서울대교수, 남승희 명지전문대 교수 등이 꼽힌다.

보수 진영의 선두주자인 문용린 교육감은 지명도와 영향력 등에서 압도적이다. 무엇보다 올 1년 동안 서울교육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탁월한 행정력과 정치력을 인정 받았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권의 가장 확실한 카드인 셈이다. 서울교육청 주변에서는 그의 출마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다.  

하지만 문교육감이 선거에 다시 출마할지 여부는 그의 의지 보다 여권 전체의 정치적 선택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총리 입각설부터 교육감 까지  다양한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가 내년 4월말이나 5월초쯤 으로 출마 시기를 멀치감치 미뤄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교육감이 출마한다면 그는 서울교육감 선거 뿐 아니라 나머지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 선거를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크다.

문교육감에게 도전장을 내민 인물로는 조전혁 명지대 교수가 꼽힌다. 그는 정통 보수 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다.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조교수는 서울교육감 선거 도전의사를 감추지 않았다. "문 교육감이 출마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교육감 선거를 준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대 교수직을 버리고 명지대로 옮긴 것도 서울교육감 선거에 도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고시 3관왕으로 유명한 고승덕 변호사도 출마 하마평에 오른다. 그는 수년전부터 청소년 쉼터등을 운영 하면서 교육 분야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출마설은 금시초문 이라며 완강히 부인하면서도 제의가 들어온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주변 교육계 인사들로 부터 강력한 출마 권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면 전 서울대교수 역시 재도전을 준비 중이다. 그는 지난 2012년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 출마, 기호 1번을 받았지만 선거 막판에 문용린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중도 사퇴, 보수진영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근 경주 이씨 종친회에 참석, 출마 의사를 내비치는등 움직임을 본격화 하고 있다.

남승희 교수는 본인의 의사가 정확하게 확인되고 있지는 않지만 재도전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들이 많다. 보수와 진보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개혁 노선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교육감 권한대행을 두번이나 역임 했던 이대영 서초고 교장은 교육감 선거와 철저히 거리를 두면서 학교장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독도지키기를 비롯 위안부 소녀상 건립등 민족혼을 일깨우는 나라사랑 운동을 통해 일류 서초고 만들기에 힘을 쏟는다. 주변에서 출마를 권유하지만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고 한다.

 권토 중래를 노리는 진보진영은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를 비롯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 최홍이 서울시교육의원,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정용상 동국대 교수, 인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전성은 전 교육혁신위원장,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 박제동 화백, 조영달 서울사대교수등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전교조에서는 장혜옥 전 위원장이 교육감 선거 출마 채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호, 이부영 씨 등 전직 위원장들은 내년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것으로 입장이 정리 됐다는 후문이다. 진보 진영은 원로그룹을 중심으로 교육감 후보 추대위원회를 구성, 후보 단일화에 나설 방침이다.

윤 전 교육장관은 문용린 교육감을 겨냥한 전략형 후보다. 그를 돕고 있는 한 인사는 “이미 출마 결심을 굳혔다”고 말하고 “민주당 등 야권의 지지를 결집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진보 진영 내에서는 문용린 교육감의 재선을 저지할 가장 확실한 대항마로 여기는 분위기다. 민주당내 친노 그룹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윤 전 장관은 안희정 충남지사 등이 든든한 후원군이라는 말도 들려온다.
 
그는 노무현 정부 초대 교육장관으로 사립학교법 개정과 교육관료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했었다. 그러나 교원평가와 NEIS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교조와 대립, 결국 급진 진보세력의 압력에 못 이겨 낙마했던 쓰린  기억을 갖고 있다.

그가 출마한다면 서울교육감 선거는 전직 교육장관들의 양강 대결로 전개돼 내년 교육감 선거 최대 격전장이 될 전망이다.

평교사 출신으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에 오른 최홍이 교육의원은 지난 11월 29일 자신의 저서 ‘희망교육 희망서울’ 출판기념회를 열고 지지 세력 결집에 나서는 등 정치적 행보에 나섰다. 그는 “출판기념회가 교육감 선거 출정식이냐는 말을 들을 수 있겠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말해 출마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은 여성계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진보성향의 여성단체들이 그의 출마를 돕고 있다고 한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와 정용상 동국대교수는 교육감 선거 때마다 진보진영에서 거론되는 단골 후보들. 강한 개혁성향으로 많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게 흠이라면 흠.

안경환 전국가인권위원장은 곽노현 전 교육감이 주는 참신성과 인권이라는 아젠다를 동시에 아우르는 카드로 출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전성은 전 교육혁신위원장과 박제동 화백은 교육 개혁에 상당한 전문성과 의지를 가진 인물들. 그러나 본인들의 출마 의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어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평이다.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이수호 전위원장이 패배한 전력이 있는 전교조는 조직의 자존심을 걸고 도전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최근 법외 노조 공방과 검찰의 압수수색등 집요한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교육감 선거에 조직역량을 얼마나 결집시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전교조 후보 한계론’도 장혜옥 전 위원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조영달 서울 사대 교수는 안철수 진영 대표주자로 분류된다. 그는 기회가 되면 서울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일찌감치 밝힌바 있다. 경북 칠곡 출신인 조 교수는 김대중 시절 교육문화수석을 지낸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