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기자]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가 법원으로부터 효력정지 가처분을 받은 13일. 교육부는 당혹감에 빠졌다. 법원이 가처분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부 판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자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몰아 와해 시킬것 처럼 큰소리 쳤지만 가처분 신청이라는 전교조의 역습에 무너져 버렸다. 이제 1심부터 대법원까지 지리한 공방을 벌이며 소모전을 치러야 할 판이다

전교조 전임자 복귀와 사무실 퇴거명령을 내렸던 시도교육청은 불만스럽다. 이들은 ‘어쩌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며 교육부와 고용부에 화살을 돌렸다.

학교 현장, 특히 교장들은 볼멘소리다. 수세에 몰려있던 전교조를 개선장군으로 만들어 준 바람에 우리만 골치 아프게 됐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주요 교육현안들이 줄줄이 좌초되면서 정부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는 물론이고 앞선 대입 문이과 통합이나 자사고 폐지등 핵심 사업들 모두 변죽만 올리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원점으로 돌아갔다. 여기에는 문제제기- 혼란- 백지화등 일정한 패턴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1단계는 국민들의 관심을 확 끌어당기는 섹시한 화두다. 전교조 추방, 문이과 구분 폐지. 자사고 무력화등 메가톤급 이슈들이다. 화제를 모으는데는 성공했지만 2단계로 접어들면 교육계 안팎에 찬반논란이 뜨거워진다. 개편안에 반대하는 집단의 집요하고 강한 반발에 부딪히 면서 정책은 혼란에 빠진다. 3단계는 백지화다. ‘준비가 안돼서’ ‘너무 바꾼다는 지적에’ ‘법원 결정이니 어쩔수 없이’등 이유도 각색이다.

무능한 교육부다. 그러나 찬찬히 속을 들여다보면 답답하고 억울한 건 교육부라는 생각도 든다. 이번 전교조 사태는 고용노동부 주도로 진행됐다. 교육부가 보이지 않는 손에 떠밀려 갔다는 정황도 충분하다. 교육부는 지난 이명박 정부때 부터 해직자 조합원 자격문제를 만지작 거렸지만 위험 부담이 크다는 판단에서 보류했었다. 그러나 서남수 교육장관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발표하는 방하남 고용부장관 기자회견에 동석했고 이제 모든 뒷수습을 끌어안아야 할 처지가 됐다.

대입제도 개편은 문이과 통합이라는 섹시한 이슈에 빠져 성급하게 추진했다가 궁색한 변명만 내놓은 뒤 원점으로 회귀한 케이스다. 융합을 강조하는 박대통령을 의식한 것인지, 주문을 받은 것인지 정확하게 알 길 없지만 대입제도 개편안 발표를 둘러싸고 교육부가 보여준 갈팡질팡 행보와 내부에서 터져 나온 불만들을 종합하면 ‘자의반 타의반’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자사고’ 역시 같은 수순을 밟았다. 사실상 폐지에 가까운 초강수를 들고 나왔던 교육부는 반발이 심해지자 선발권 강화라는 덤까지 얹어주고 돌아왔다. 평소 고교 교육의 서열화를 반대해 해온 서장관의 지론에 비춰보면 자사고 ‘뒤집기 쇼’는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당시 교육부에서는 '우리가 무슨 힘이 있느냐'는 자조 섞인 푸념들이 나왔다.

교육전문가들은 잇단 정책 좌초의 원인으로 국가 교육정책을 다루는 컨트롤타워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또 설익은 정책을 국면전환용으로 무리하게 밀어 붙이다 불리하면 꽁무니 빼는  치고 빠지기에 교육부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차관등 교육관료들이 권한을 갖고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다 보니 모든 것이 헝클어져 버린 형국이다. 12월 이면 세종시로 떠나는 교육부, 발걸음이 무겁다.  highway38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