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초중고 교육과정은 지나치게 학습량이 많고 내용이 어려울 뿐더러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을 담고 있어 전면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교총은 4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새교육포럼 창립총회를 갖고 ‘국가교육과정과 교과 난이도 및 학습량의 상관관계’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새교육개혁 포럼은 교육발전과 교육을 위해 연구하는 교직풍토 조성에 방점을 둔 교육자 실천 모임이다.

이날 포럼에서 기조발제한 황규호 이화여대 교수는 “여러 차례 국가교육과정 개정에도 불구하고 ‘학교교육의 질이 향상 되었는가’ 하는 질문에 분명한 답을 찾기 어려운 것은 한국의 교육과정이 하나의 주기적, 의례적 행사 또는 대선 공약과 같은 특정 집단에 의해 규정된 특정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추진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왕준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과정 개정이 교육적 필요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의해 추진되었다는 것은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과정이 특정인물이나 정당의 이익을 위해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현장교사들은 정부의 교육과정 정책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조호제 서울 버들초 교사는 "초등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과목이 사회인 것은 교과내용이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주민철 서울 덕암초 교사는 “바른 생활은 지루하고 즐거운 생활은 난해하고 슬기로운 생활은 어렵고 분량이 많다”면서 “통합교과로 묶다보니 중복되거나 억지로 짜 맞춘 경우가 많고 정작 가르쳐야 할 내용은 빠져있다”고 주장했다.

초등 스토리텔링 수업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박성은 경기 고양외고 수석교사는 "정부가 창의력을 높인다며 스토리텔링 수학을 시행했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오히려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며 "이는 자연과학적 이론을 배경으로 하는 것을 실생활 문제로 제공해 흥미를 이끌어 내려는 생각이 수학을 더 멀어지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향숙 인천 용현여중 수석교사는 국어과의 경우 한문투의 단어가 너무 많고 문어체로 돼 있어 학생들의 흥미 및 이해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며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재구성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 외에 교사들은 초중등 영어는 사교육을 통해 벌어진 개인차가 심해 수업 부적응 학생들이 많을뿐 아니라 중학교의 경우 교육내용의 양이 너무 많아 교과 내용을 모두 배우기도 벅차다고 교육과정 전면 개편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은 창립 대회사를 통해 “신자유주의 및 진보주의적 교육실험 정책들이 난무한 가운데 지금과 같은 Top-Down식 정부중심의 교육개혁 방법으로서는 대한민국 교육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교직은 노동직이 아닌 ‘전문연구직’임을 교원 자신이 증명해 보여야만 신뢰와 존경을 받는 교육개혁 주체로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안 회장은 “교육과 교육자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교육 기본으로 돌아가(Back to the basic) 교육자 중심의 교육을 다시 재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교육개혁 포럼 창립 총회에는 서남수 교육부장관, 신학용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이재연 청소년정책연구원 원장 등 교육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새교육개혁 포럼은 앞으로 ▲현장중심 연구 운동 추진 ▲교육본질 회복 추구 ▲수업·교실 바탕 정책 선도 ▲교직 전문연구직 표방 ▲교육한류 확산 등을 5대 비전으로 제시하고 지속적인 연구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