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건물에서 교직원들 근무
곽노현 "어떻게 이럴수가…" 개탄
민간사업자가 학교시설을 지어 주고 임대료를 받는 BTL 사업에 참여했던 건설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무려 4년 동안이나 정상적인 체육 수업을 받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학교는 특히 올해 들어 건물 외벽에 균열이 생기는 바람에 10여개 교실을 사용할수 없게돼 현재 저학년을 대상으로 2부제 수업까지 실시하고 있다.
서울 시내 대표적 저소득층 밀집 지역인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S초등학교는 지난 2007년 학교증개축 공사에 들어갔으나 시공업체의 부도로 차질이 빚어지면서 2년이면 끝날 공사가 5년째 지연되고 있다.
기존 운동장이 있던 자리에 교사를 신축하고 낡은 교사동은 모두 허물어 운동장으로 개조한다는 맞바꾸기 계획이어서 공사가 시작되자 마자 학교운동장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때가 2007년.
그러나 시공업체는 불과 1년 만에 부도가 나 공사가 중단 됐고 이후 4년간 방치되다 올 3월에 들어서야 비로소 공사가 재개된 것이다.
때문에 지난 2007년에 입학한 이학교 4학년 학생들은 아직껏 학교운동장에서 정상적인 체육수업 한 번 받아 보지 못했다.
보도 블럭이 깔린 건물 뒤편 후미진 공간이나 학교주변 놀이터에서 체육수업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다. 어떤 때는 왕복 두시간 가까이 걸리는 보라매공원 까지 버스를 타고 원정 수업을 다녀오기도 했다고 한다.
이 뿐 아니다. 올해 공사가 재개되면서 소음, 진동과 지반약화 등의 원인으로 학생들이 사용하던 교실동에 균열이 발생했다.
학교측은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고 보고 학생들을 대피시킨뒤 건물 사용을 중지했다.
현재 교장실과 교무실, 행정실만 남아있는 이 건물은 실제로 복도 바닥이 움푹 움푹 내려앉아 걸어다닐 때 현기증이 날 정도다. 건물 균형도 무너진 듯 문틀마다 기울어져 있었다.
교사 한 동 전체를 못쓰게 되면서 교실이 부족해 학교측은 2학기부터 1,2학년을 대상으로 2부제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에어컨도 없이 낡은 선풍기만 달려 있는 교실에서 학생과 교사들은 유난히 더웠던 지난 여름, 끔찍한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학교 관계자는 “하루 벌어 먹고사는 저소득층이 많다보니 학교 여건에 비해 민원은 적은 편 이었다”며 “아마 강남지역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일 벌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청에 항의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는 한 학부모는 “사교육 없는 학교 만든다며 부유층이 몰려사는 학교에 수십억원씩 쏟아 붓는동안 우리 아이들은 30도를 훌쩍 넘는 찜통교실에서 땀범벅이 됐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8일 이 학교를 방문한 곽노현 교육감은 각종 건축자재가 널부러진 열악한 환경에서 2부제 수업까지 받아야 하는 학생들의 사정을 듣고 “어떻게 이럴 수 있죠?”라며 안타까움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교사들의 하소연을 꼼꼼하게 기록하던 곽 교육감은 배석한 교육청관계자들에게 "철저한 공사 감독과 함께 학생들이 안전하게 외부에서 체육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차량 제공등 각종 지원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이번 9월 인사에서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능력과 리더십이 뛰어난 인사를 교육여건이 열악한 지역에 배치, 학교 현장의 혁신을 추진한다는 인사 방침에 따라 고위 장학관을 S초등학교 교장에 임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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