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교육감이 취임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시교육청 공무원들 책상 앞에 A4 한장 크기의 방이 나붙었다.
곽 교육감 비서실 직원들의 이름과 소관 업무가 적힌 분장표였다.
예닐곱 명의 비서관들이 예산부터 감사, 장학 등 각 분야 업무를 총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때부터 교육청 직원들은 과장, 국장으로 이어지는 공식업무 라인과는 별도로 이들 비서진들에게 수시로 업무보고를 하고 지침을 받아야만 했다.
어떨 때는 국장이 추진하는 업무가 비서진 검토 과정에서 퇴짜를 맞는가 하면 반대로 담당과장도 모르는 일이 실무선에서 수행되는 경우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심지에 국장에게 교육감 지시사항 이행 여부를 따지는 사례도 있었다는 소문이다. 사실이라면 7급 상당 직원이 2급 상관에게 일 처리가 늦었다며 호통치는 상상하기 힘든 하극상이 버젓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10월 곽 교육감이 핀란드 출장을 떠나기에 앞서 내부 통신망에 ‘부재중 국정감사 처리 등 중요 사안은 비서실과 협의하라’는 취지의 업무연락을 올려 놓아 비서실에 한껏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공식 조직을 배제한 듯한 이 지침에 공무원들의 충격과 당혹감은 상당히 컷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 아니다. 교육감과 현장 교사들간 간담회에서는 행사 직전까지 장소를 빌려준 교육장이 간담회 내용을 몰랐다고 한다.
교육감 비서실이 모 단체와 직접 연락하는 바람에 해당 교육청은 졸지에 눈 뜬 장님이 되고 말았다.
그 일이 있고난 뒤 서울 시내 한 지역교육청 교육장은 교육감에게 직접 보고할 일이 있었지만 포기하고 말았다.
그는 교육감 면담신청을 해도 비서실 스크린을 거쳐야 한다는 게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다.
새파란 비서에게 기획안을 검사 받아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게다가 교육감 면담도 쉽게 허용할 것 같지 않아 그만뒀다고 털어놨다.
지난 22일 서울시교육청 행정감사에서 김명신 교육의원은 곽노현 교육감을 향해 비서정치를 당장 그만두라고 호통을 쳤다.
그는 항간에 곽 교육감이 비서정치를 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그런 말이 왜 나온다고 생각하느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또 다른 시의원은 교육감이 공무원들과 일을 해야하는데 외부인사나 비선조직에 의존하는 것 같다면서 곽 교육감의 업무 스타일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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