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기자]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다 해직된 사람을 노동조합이 보호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노동 단결권은 존중돼야 한다. 정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려고 하는데 우리 입장은 시정명령을 거부다. 고용부 시정명령 거부 결과가 법외노조라면 감수하겠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25일 관훈토론회에서 해직교사 가입을 전교조가 허용할 경우 노조설립을 취소하겠다는 고용노동부의 통보에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법외노조로 가는 한이 있더라도 해직된 조합원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정권 초반에 밀리면 회복하기 어렵다는 생각에서 나온 초강수다. 여기에 전가의 보도처럼 연가투쟁 카드도 재확인했다. 김위원장은 학습권 침해를 우려하는 국민들의 시각은 이해하지만 민주주의 회복을 신중하게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89년 창립된 전교조는 10년만인 1999년 합법화 됐다. 이후 14년이 흐른 지금 다시 들판으로 나가야 할 운명에 처해 있다.

전교조는 한국교육사에 가장 충격적인 조직이다. 89년 노태우 정부의 탄압에도 불구, 그들은 참교육과 교육민주화를 내걸고 교육현장을 들풀처럼 휩쓸었다. 사학재단의 전횡에 시달리던 교사들이 생존권을 말할수 있게 됐고, 교육당국의 부정과 비리를 낱낱이 들춰내 응징하는 쾌거를 이뤘다. 박봉에 시달리던 교사들이 제몫을 찾기 시작한것도 전교조의 공이 제일 컸다. 전교조 가입을 막으려는 정부가 교사들에게 당근책을 쓰면서 처우개선이 본격화 된것이다. 무엇보다 참교육이란 기치 아래 교육현장의 변혁을 주도했던 그들은 잠자는 교사들의 열정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일부 볼썽사나운 경우가 없지는 않았으나 국민들은 전교조의 순수성을 믿었고 박수를 보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나 1999년 합법화 된 이후 전교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강한 조직력과 치밀한 전략, 숫적 우세를 앞세워 학교 현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표방했던 참교육 이념의 실천이란 명분을 앞세워 ‘갑’으로 변신해 갔다. 전교조가 공격하면 그 학교 교장은 혼비백산 했다. 백기투항 하거나 분에 못이겨 쓰러지거나 둘중 하나였다. 급기야 전교조 간부 출신이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 입성하는가 하면 전교조 교육감들이 속속 등장했다.
 
말그대로 그들은 슈퍼 갑이 됐다. 교육당국은 정책을 만들거나 시행할 때 전교조 눈치를 봐야했고 밉보일까봐 전전긍긍했다. 노조 간부들을 해외연수로 접대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고 노조사무실도 자신들이 정했다. 교육당국은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제대로 감사조차 못한다. 어떤 교원노조에게는 사무실 운영비로 준 돈을 떼어먹힌 사례도 있었다. 돌려받았다는 소리는 못들었다. 귀족노조라는 말이 공공연히 돌았지만 아랑곳 안했다.

그들은 또 반대파들을 공격할때는 철저히 이념 대결로 몰고갔다. 전국 단위 학력평가를 비롯 특목고, 자사고, 교원평가, 교과서 등 모든 것이 이념투쟁의 대상이 됐다. 낡은 이데올리기에 갇힌 전교조에 국민들을 식상했다. 젊은 교사들은 전교조를 외면한다. 그들은 늙어가고 있다.

교육암흑기를 밝히던 전교조 교사들의 순수한 열정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서글픈 현실이다. 자신의 이익보다 이념보다 고통받는 제자들을 위해 땀과 눈물을 흘러던 그 선생님들이 그립다.

김 위원장은 법외노조가 얼마나 고통스런 현실인가를 잘 안다고 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시정명령을 강행한다면 감수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명분이냐 실리냐, 전교조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자신있으면 원칙과 소신을 지키라고 권하고 싶다. 고기맛 들인 파계승처럼 추한 모습 보는 것도 이젠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