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기자]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단단히 화났다. 5일 서울시교육청 소속 기관장과 주요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서울교육협의회에서 문교육감은 “학교현장은 살얼음 판 처럼 불안한데 교육장이나 교장선생님들이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면서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문교육감은 이날 작심한 듯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교육청과 일선 학교와의 소통부재를 비롯 주요 정책에 대한 무관심, 타성에 젖은 행정, 교육취약 분야 대처 소홀등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문교육감은 올 봄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아름다운학교가꾸기 사업이 일선학교의 관리 소홀로 퇴색 되고 있는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고 10월 쯤 직접 관리 실태를 점검해 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봄에 꽃만 심은 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잡풀만 무성한채  주민들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해바라기등 꽃들이 말라 비틀어 져  흉물스럽게 방치된 사례도 있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교육감은 교육청에서 방향을 제시했으면 그 다음엔 학교가 움직여야 하는데 교장들은 뒷짐만 지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초등 한자교육과 중학교 진로집중학년제, 일반고 거점학교 운영등 2학기 핵심 사업들에 대해 정작 일선학교에서는 이를 어떻게 구체화 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불만도 나타냈다.

" 초등 한자교육 같은 경우, 학교에서 교사들끼리 워크샵도 하고 연수도 하는 자발적인 동력이 만들어 져야하는데 다 들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교육 취약 분야에 대해서는 신중하면서도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문교육감이 꼽은 교육 취약 분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한 교사들의 경솔한 언행과 심야 돌봄교실 치안문제.

그는 최근 담임교사의 강제적 종교 활동에 반발, 교육청과 청와대등에서 시위를 벌이는 한 초등학생의 사례를 들면서 “교사 개인으로서의 신념과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의 신념을 혼돈해서는 안된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문교육감은 “교사는 교육자로서 역할과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분리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그게 안될때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을 반발 부르고 교권의 추락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또 밤10시 까지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학교가 700곳이 넘은데 이곳에 근무하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치안문제등에 교육장들이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은 5일 아름다운학교가꾸기사업 우수학교 표창을 했다, 왠쪽부터 창덕여중 김성수교장, 서초고 이대영교장, 문용린 교육감, 장안초 김명진 교장.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운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육청 재정형편에 대해서는 교육감으로서의 고뇌와 우려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문교육감은 “교육청 재정이 바닥나 지난 3년간 시설투자를 하나도 못했다”며 운을뗀 뒤 “냄새나는 화장실과 낡고 오래돼 위험판정을 받은 D 등급학교들이 늘고 있다”면서 “머지 않아 성난 학부모들의 집단 민원이 본격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무상급식과 누리과정에 연간 4000억원이 쓰이는 바람에 시설투자는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라며 “여기에 입시등 교육정책에 불만 까지 겹칠 경우 여론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문교육감은  “솔직히 지금 대단히 불안하다. 어느 학교, 어느 지역에서 학부모들의 불만이 터질지 모르겠다. 내년에는 중3 까지 무상급식이 확대돼 소요예산이 400억 더 늘어난다. 학교 상황은 살얼음판을 방불케 할 만큼 악화돼 있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