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기자] 지난 26일 발표된 서울시교육청 교원및 교육전문직 인사에 대한 교육계는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장학관및 교장으로 발탁된 인사 대부분에서 특별한 결격 사유를 찾을 수 없었다. 일부 자질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사권자의 고유 영역을 인정한다면 크게 문제 삼을 수준은 아니라는게 중론이다.

능력과 행정 경험을 갖춘 전문직들을 전면에 배치, 조직의 안정성과 업무 추진력을 중시한 것도 눈길을 끈다.

두차례 교원 인사에서 쓴맛을 본 문용린 교육감이 이번에는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외부의 압력을 철저히 차단했다. 심지어 지인들이 보내온 인사 쪽지 조차 쓰레기통으로 가기 일쑤였다. 청탁배격과 ‘원칙있는 인사’는 문교육감 인사를 관통하는 핵심 아젠다가 됐다. 때문에 교육감 주변 인사들이 득세할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과는 정반대로 상당수가 이번 인사에서 물을 먹었다. 실세가 허당으로 전락한 셈이다.

문교육감이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한 흔적도 보인다. 자신을 지지해준 세력들의 ‘욕망’을 완전히 꺾어버리지는 않았다. 능력이 검증된 사람은 발탁을 했다. 그러나 그 폭은 극히 적었다. 때문에 어느 쪽으로도 쏠림 현상이 없었다. 절제와 균형을 통한 ‘소원 수리’ 인사를 한 셈이다.

반면 인사팀 실무진들의 영향력은 어느때 보다 컸다. 이들은 교원평가 결과와 평판도등을 종합, 적격 여부를 칼같이 가려냈다. 능력이 뛰어나도 평판이 나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가차없이 탈락했다. 이때문에  인사 심의 과정에서 실무진이 고위층과 얼굴을 붉힌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의 또다른 특징은 특정 색채가 드러나지 않는 밋밋한 양상을 보인 점이다. 쉽게 말해 문용린 친정체제를 구축했다고 보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업무 중심의 실무 진용도 아닌 애매한 구도다. 본청과 지역교육청에 임용된 인사들 역시 확 눈에 들어오는 준재도, 악 소리 날 엉망도 없는 ‘범생이 그룹’으로 짜여졌다는 평이다.

물론 인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우선은 서울대 편중론이다. 중등은 서울대 출신들이 본청을 장악하다 시피 했다는 주장이다. 교육감과 부교육감이 모두 서울사대 출신인 점도 상승 작용을 일으켰다.

실제로는 어떨까. 교육청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본청과 산하기관 포함 5급이상 장학관은 서울대 21명, 공주사대 7명, 충남대 9명, 기타 대학 19명으로 각각 조사됐다. 그러나 이 숫자는 전체 교원수 비율로 계산하면 양상은 달라진다. 서울시내 교원의 출신대학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서울대는 0.54%, 공주사대 0.83%, 충남대 0.56%로 나타났다.

초등에서는 서울교대의 압도적 강세가 여전하다. 세간에서는 중등의 서울대 중심 진용을 빗대 '더블S 라인‘이 교육청을 장악했다는 말이 나돈다.

특정 고등학교 교장에 동문출신만 임용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이번에 서울 K고와 Y고 교장에 이학교 동문출신이 임용됐다. 서울S 고 역시 이학교 졸업생만을 교장으로 임용해 오고 있다. 오랜 관행인데다 동문회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는게 교육청의 설명이다.

서울시내 한 고등학교 교장은 “학교의 전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사람 아니면 안된다는 배타적 자세가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이와함께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경력이나 능력에 비해 파격적인 보직 임용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모 지역교육청 국장이나 유명학교 교장의 경우 '경량급' 경력에도 불구, 전격 임용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교육여건이 어려운 지역에 근무하는 교원들이 외곽을 전전하는 현실과 대비되면서 인사의 공정성과 신뢰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이외에도 가까운 사람만 골라 쓰는 ‘수족관 인사’, 특정지역 출신에 편중되거나 배제되는 지역차별도 서울교육청 9월 인사의 아쉬운 대목이다. 임기 1년만에 교육장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서부와  중부교육장에 대해서는 '곽노현 지우기'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