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기자] “글씨를 참 또박 또박 썼어요. 三思一言 이란 말이 딱들어 맞을 만큼 말수가 적고 침착했구요. 혼자 힘으로 최선을 다하는 참 단단한 학생이었습니다. 정치를 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여고시절 은사인 박찬도(75 사진) 전 서울송정중교장. 그는 지난 1968 년 서울 성심여고에서 국어를 가르치던 중 대통령의 딸 박근혜를 만났다.

“굉장한 노력파 학생이었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숙제 같은 것 빼먹은 적 없을 정도로 철저했구요. 혼낼게 없는 모범생이었지요. 너무 빈틈이 없어 교사인 나도 조심스러울 정도 였으니까요.”

국사- 국어 좋아하던 박대통령은 굉장한 노력파

절대 권력자의 딸이었지만 여고생 박근혜의 학교생활은 너무나 소박 했다. 들판에서 농부들과 막걸리 잔을 나누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 처럼 검소하고 속이 깊었다. 주어진 환경 탓에 우쭐 할 법도 한데 전혀 내색을 안해 경호원들이 교문 앞에서 대기하던 것만 빼면 평범한 학생이나 다름 없었다고 박 전 교장은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원래 박근혜 대통령은 서울대 사학과를 희망했어요. 국사나 동양사를 특히 좋아했지요. 그런데 3학년 올라오면서 갑자기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가겠다고 그러더라구요. 아마 가족회의에서 결정을 한 것 같아요.”

단발머리 여고생 박근혜의 공부 스타일은 어땠을까.

“수업시간에 집중을 잘했어요. 교과서를 열심히 파고드는 학생이었죠. 고3때는 1등을 할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구요. 여름방학을 앞둔 어느 날, 불쑥 찾아오더니 국어를 총 정리 해줄 수 없느냐고 물어요. 이과로 전환하면서 수학에 시간을 쏟다보니 국어가 좀 부족하다고 여겼나 봐요. 사실 그 정도 위치면 서울에서 내로라하는 학원 강사에게 얼마든지 족집게 과외를 할 만 한데 나한테 부탁하는 것을 보고 좀 놀랐어요. 자기 힘으로 뭔가를 이루겠다는 의지가 강한 학생이었던 거죠. 박대통령은 사교육을 받지 않고 혼자 힘으로 대학을 갔습니다. 이건 내가 양심을 걸고 어디서든 증언 할 수 있어요.”

그는 박대통령이 당선 되자 마자 선행학습 금지등 정규 교육과정 밖에서 시험을 출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보고 ‘박근혜라면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과외 안하고 교과서 독파해 대학 진학한 '과묵한 실천가'

1970년 성심여고 앨범엔 박대통령이 직접 쓴 글귀가 남아있다. ‘자꾸 생각하고 싶은 어제, 보람찬 오늘 하루, 꿈 많은 내일’이란 여고생 박근혜의 좌우명이다. 박 전 교장은 그녀가 일찌감치 '꿈'에 대한 비전을 가슴에 품고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전 교장은 성심여고에서 교편을 잡은뒤 이어 교육부 편수관을 거쳐 송정중 교장을 끝으로 교직을 떠났다. 지금은 퇴직교원들의 사진 모임인 한사모(한밤의 시진편지를 사랑하는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육은 무척 어려운 과제입니다. 옆에서 지켜보면 답답하다고 여기겠지만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해요.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라는 대 전제를 주셨으니 이제 각론을 풀어나가는 것은 교육현장에서 답을 찾도록 해야 합니다.” 대통령 임기내 모든 것을 이루겠다며 서두르기 보다는 교육자들을 믿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