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기자) “교육공약 실천은 숟가락 위 김처럼 부드럽게...” 문용린 서울교육감이 취임 한 달을 맞아 소회를 밝혔다.  지난 26일 서울 모처에서 지지자들과 오찬을 겸한 간담회에서 서울교육감으로서의 느낌과 포부등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문 교육감은 먼저 "한달이 금방 지나갔다"고 운을 뗀 뒤 "교육감에 당선된 첫날 교육청이 항공모함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면서 "분명 움직이고 있는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고 어디서 조타를 해야 할지도 모를 지경이어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모함을 운전하려 해도 곳곳에 지뢰가 깔려 있고 못이 박혀 있어 마음대로 다닐 수  없었다" 며 전임 곽노현 교육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뒤  "이걸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하겠구나 싶어 뽑아 낼건 뽑아 내고 폐지할건 폐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를 공격 하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투사가 돼 버렸다"며 "한편으로는 지지자들게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왜 날 투사로 몰고 가셨는지  원망스럽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열심히 싸울 각오가 돼 있는만큼 계속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문교육감은 “투사로서 의지와 정열은 가지고 있겠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혜로운 투사가 돼 서울교육을 안정적으로 개혁해 나갈 생각”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자신이 선거 운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중하나가 제발 교육계는 좀 시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주문이었다 며  교육이 시끄러우면 그것은 교육 본질과 멀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투사이지만 동시에 부드럽게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교육감이 이날 특히 강조한 것은 '조용한 개혁'이다. 교육공약 실천은 '숟가락 위에 놓인 김'처럼 현장을 우위에 두는 연착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개혁을 위한 TF 가 활동하고 있지만 가장 핵심은 교육현장을 흐트리지 않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 공약은 밥상의 김처럼 교육현장에 살짝 얹히는 것이어야 한다. 공약 실천 한답시고 학교를 힘들게 하고 선생님들이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하게 해선는 안된다. 공약 때문에 학교가 힘들어 졌다는 말이 나올 바엔 차리리 공약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역설했다

그는 "교육과정은 교육에서 헌법이나 다름없다 는 말이 있지 않냐"며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과정 이니만큼 공약 때문에 이것이 흐트러지고 소홀히 취급되는 일은 없을것“이라고 강조했다

문교육감은 또 혁신학교에 대한 생각도 솔직하게 드러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전교조가 장악한 학교에서는 교장이  'n분의1'로 취급돼 학교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교무회의에서 학교장은  전체 교직원중 한사람 일 뿐 학교 관리자로서의 자격은 무시되는 n분의 1에 불과해 전혀 통제를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 바람에 일부 교장들은 교사들로 부터 받은  모욕감을 견디지 못해 명예퇴직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소대장이 소대원들에게 n분의 1 취급을 받는다면 그 부대가 전투에서 온전하겠느냐"고 반문한 뒤 "학교조직이 무너지는 현상을 교육감인 자신은 도저히 묵과할수 없을뿐더러 그대로 두지도 않겠다"고 밝혔다.

문 교육감은 올해부터 신규학교는 혁신학교로 지정하지 않을 것이며 교육개발원이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능 전문기관에 의뢰, 학교신학교의 장단점을 분석한 뒤 향후 운영방안을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문 교육감은 2월 중순까지 조직개편과 인사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오는 3월에 4~5백명의 전문직 인사를 단행하고 나면 교육청 진용이 새롭게 짜여질 것"이라며 "인사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절차 있기는 하지만 능력이 없다고 생각되면 6개월만에도 교체할 생각"이라고 말해 조직쇄신에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돈희 전 교육부장관등의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는 박수와 웃음이 계속되는등 화기 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