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호흡기 등 의료기기를 착용한 학생도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에 간호사 배치를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방문해 가진 간담회 도중 교육부에 “학교에 간호사를 배치해 인공호흡기 등 의료기기를 착용한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구체화 됐다.
교육부는 7일 의료지원이 필요한 중도(重度·증상이 심한) 학생을 지원할 간호사를 학교에 배치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협의에 착수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공무원 간호사는 기존 보건교사와는 업무 범위가 다를 예정이다. 보건교사는 건강진단·응급처치·가정간호·보건교육 등 학교보건법상 규정된 상시 업무를 수행하고, 공무원 간호사는 가래 흡인·음식물 주입 관 삽입 등 이른바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식이다.
교육부는 이미 의료기관과 협업해 간호사를 학교에 파견받기를 희망하는 시도교육청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중도장애 학생의 의료적 지원 사업으로 올해 14개 교육청에 예산 16억원을 지급하는 등 진행중이다. 이번 대통령의 지시로 공무원 간호사 배치 방법도 함께 고려하여 세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는 실효성과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미 간호사 출신 보건교사들이 있으며 학교와 의료기관의 역할을 혼동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자칫 환아의 건강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현재 지난해 전국 특수·일반 학교에서 집중 의료 지원이 필요한 학생은 약 500명에 달한다. 교육청에 따라서는 병원 입원으로 등교가 어려운 학생을 돕는 병원학교 설립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돕고 있다.
보건교사들은 중도장애 학생들에 대한 의료 지원은 필요하지만 공무원 간호사 채용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교사회 강류교 회장은 7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병원학교를 방문해 학교에 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위한 지원 이야기를 했을 때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했는데 공무원 간호사 도입 추진”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며 중도장애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게 할 수 있는 방법은 공무원 간호사 채용이 아니라 현행 학교보건법을 제대로 이행하면 될 일 이라고 강조, 학교 내 보건교사가 있는 상황에서 따로 공무원 간호사를 또 채용할 아니라 간호사 보조인력을 채용하고 의사 처방과 지시 없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부분을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따로 공무원 간호사를 채용하는 것은 인력 낭비다. (의료법과 학교보건법 간 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이 상황에서 공무원 간호사가 채용돼도 보건교사와 하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단법인 보건교육포럼 우옥영 이사장 역시 아이들을 위한 의료지원은 필요하지만 학교와 의료기관은 환경 자체가 다른 만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 이사장은 “(중증장애)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하고 싶다는) 요구가 있지만 보건교사가 이 아이들에 집중할 여건이 안되기 때문에 논란이 있었던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국가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매우 반갑지만 학교에 공무원 간호사를 배치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