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100일을 맞는다. 예상대로 100미터 달리기하듯 교육 전반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유아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공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수십 년간 묵혀 왔던 난제들에 거침없이 메스를 들이댔다. 최소한 윤석열 정부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는 선명하게 제시했다는 평가다. 교육분야에 관한 한 지난 100일은 이주호 독무대였다. 대학총장, 교육감, 국가교육위원장까지 모두 그의 그늘에 가려졌다.
이 장관은 지난해 11월 7일 취임식에서 교육을 혁명적으로 개혁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변화에 대한 교육현장의 두려움과 저항, 이념갈등, 교육당국의 관료주의와 편의주의를 개혁의 걸림돌로 꼽은 뒤 이제부터라고 고통을 감내하는 대전환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 달 남짓 짧은 기간이지만 유보통합, 교육전문대학원 설립, 대학 지자체 이관, 대입제도 개편, 늘봄학교 전면 실시, 학교시설 복합화, AI 튜터 등 디지털 교육, 고교체제개편 등 굵직굵직한 정책들을 쏟아냈다.
교육계는 오랜 숙제들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낸 것에 높은 점수를 준다. 쉽게 엄두를 내기 어려웠던 정책들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나선 것은 의미있다는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개혁을 국정 3대 과제로 제시했고, 이 장관이 이를 뒷받침해 임기동안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는 국민에게 분명히 했다. 공론화를 명분으로 무엇하나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문재인 정부와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이 장관에 제시한 정책들은 대부분 2026년 이후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2025년까지 시범 운영을 거쳐, 현장 정착 방안을 마련한 뒤 전면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장밋빛 청사진들이 제대로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향후 2~3년에 성패가 달렸다. 이 장관은 지금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what), 왜 해야하는지(why)에 공을 들였다. 관건은 어떻게(how)이다. 숱한 정책들이 지난 수십 년간 진척되지 못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떻게’를 풀지 못한 탓이다. 이 장관의 전략은 일단 던져놓고 시범 운영을 통해 시간을 벌면서 설득의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육은 각론이 어렵다. 그래서 이 장관의 혁명적 교육개혁은 불안하다.
유보통합은 국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 어린이집의 입장이 모두 다르다.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 교원자격은 어떻게 할지, 교육과 돌봄을 어떻게 상향평준화할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교육전문대학원은 사범대학, 특히 교직과정을 운영하는 대학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교대생들의 반발도 크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교전원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대학을 지자체로 넘기는 것 역시 녹녹하지 않다. 당장 야당에서 지방 국립대를 죽이려는 것이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지방 대학들도 내키지 않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애먼 국립대 사무국장들이 유탄을 맞고 기약없는 대기발령에 들어갔다. 교육부는 부처 간 1대1교류로 인사적체를 해소한다는 입장이지만 주요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를 타 부처에 넘겨준 것은 망신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사실상 부처 간 나눠먹기 인사가 되는 바람에 총장들은 들러리선 꼴이 되고 있다. 부담은 이 장관 몫이다. 조직의 사령탑으로서 주요대학 사무국장 자리하나 못지키는 꼴이 되면 조직 장악력에도 누수가 생길 수 있다.
늘봄학교는 학교의 부담을 키울 것이 분명해 교육계의 저항이 예상되고, 학교시설 복합화는 당장 안전이라는 문제에 봉착한다. 수 년전 서울에서 한 시민이 무단으로 학교에 들어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인질극을 벌인 바 있다. 지역주민들에게 주차장을 내주고 학생의 안전을 위협받은 딜레마를 어떻게 풀지도 의문이다.
이 장관이 야심차게 밝힌 AI 튜터, 디지털교과서, 에듀테크 교육 등은 교육적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는 것이어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AI를 활용하는 교육이 학생들의 창의성을 높인다는 것이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교육당국과 사교육업체와 유착 의혹 또한 부담이다. 이 장관 역시 청문회 과정에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그가 얼마나 교육부 장관으로 자리를 지키며 자신이 약속한 과제를 헤쳐 나갈지 알 수 없다. 내년 총선 등 정치적 일정과 집권 2년에 맞춰 분위기 쇄신용 개각도 그의 거취에 영향을 줄 변수다. 서울시교육감의 유력 후보로 여전히 그는 유효하다.
이 장관은 취임사 말미에 “정책은 진공상태에서 만들어지거나 집행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수행하는 모든 업무는 교육현장의 학생, 교사, 교수, 학부모, 학교, 대학, 교육청, 지자체 등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파트너십을 통해서만 제대로 실행할 수 있다”고 교육부 직원들에게 강조했다. 설득과 소통, 파트너십이란 키워드에 전력투구하며 스스로의 약속을 실천하는 것은 그의 몫이다. 윤석열 교육이 외화내빈(外華內貧)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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