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가 10월 4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됐다. 3주간 열린 교육위 국감에서, 교육 현안보다는 정쟁이 이뤄졌고, 위원들의 준비 부족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한 의원은 두 차례에 걸쳐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감사를 진행해 피해자의 항의와 위원장의 사실확인요청까지 받으며 빈축을 샀고, 또 다른 의원은 2021년도 국정감사에 나왔던 내용을 다시 질문해, 답변자인 교육감으로부터 전년도 내용 아니냐는 확인 질문을 듣는 수모까지 겪었다.
교육부 국감은 증인으로 채택된 국민대 총장과 숙명여대 총장이 해외출장을 핑계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아, 해당 부처 장관도 증인도 없는 맹탕국감이 되었다.
관심을 끌었던 국가교육위원회 감사는 이배용 위원장의 자격 문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청문회장을 방불케 하기도 했다.
▲ 17일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등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교육부
‘김건희 논문’ 여야 충돌
4일 열린 교육부 국정감사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이 쟁점이 됐다. 교육부는 “논문 표절 관련 검증은 대학 책임”이란 입장을 되풀이했고, 여야는 증인 채택 문제로 공방을 벌였다.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장상윤 교육부 차관에게 ‘논문을 검증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나’, ‘국민 대다수가 표절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등 김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 관련 질의를 쏟아냈다.
김 여사가 자신의 논문을 표절해 피해를 입었다며 의혹을 제기했던 구연상 숙명여대 교수도 이날 참고인으로 국감장에 출석했다. 구 교수는 “국민대와 교육부는 표절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지난 8월 5일 이후 일절 연락이 없었다”며, “여러 차례 표절의 정도가 심각하고 악의적이라고 밝혔지만 피해 구제 책임을 외면했다”고 말했다.
장 차관은, “원칙적으로 개인 논문에 대한 검증 책임은 소속 기관에 있다. 학문의 자유와 자율성을 보장하려면 자정능력을 통해 연구 윤리가 확립,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검증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연구 윤리 강화 흐름에 반하는 것이다. 충분히 연구자가 속한 기관에서 검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서 김 여사의 국민대 박사 논문과 숙명여대 석사 논문에 대한 표절 의혹이 제기된 뒤 국민대는 자체 조사를 통해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냈고, 숙명여대는 아직 결론을 내지 않았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계속 이어지는 논문 표절 논란에 “김건희 여사는 석·박사학위를 받는 시점에 공적 위치에 있지도 않았으며 결혼도 하기 전으로 개인적 일탈이었다. 이런 문제를 국감장까지 끌어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교육위원회
이배용 위원장 자격 논란
국회 교육위원회가 17일 진행한 국가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배용 위원장의 자격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정식 출범한 지 불과 20일밖에 되지 않은 기관인만큼 국감이 위원회의 업무실적보다는 위원회의 성격과, 위원들 본인에게 초점이 맞추어질 것이라는 것은 이미 국감 전부터 예상된 일이었다. 특히 이배용 위원장의 과거 경력에서 국정역사교과서 문제, 정치적 편향성 문제 등은 국가교육위원회 위원들 내부에서도 논란이 오고 갔다.
이배용 위원장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국정감사에서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에 유기홍 위원장이 “신중은 좋으나, 정확한 답변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일부 위원들은, 이배용 위원장의 증인 선서에서 일부러 자리를 비우고 선서 후에 돌아온 자리에서, “이배용 위원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나갔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가장 큰 논란이 예상됐던 역사과목 국정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는 이 위원장이, “당시에는 좌우갈등이 너무나 심하고 양쪽으로 치우쳐 있어 그 필요성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국정교과서 추진의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 위원장의 식민사관도 문제가 되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배용 위원장의 과거 발언에서 “우리가 근대화에 실패한 것은 준비 없이 근대화의 물결에 밀려왔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지적하며 이 위원장의 식민사관을 비난했으나, 이 위원장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며, 자신은 (조선이 망한 원인이) 일본침략임을 주장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3년 국감 당시 이 위원장이 ‘명성황후’를 ‘민비’로 부른 것을 지적하자, “민비라고 불러도 격하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또한,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배용 위원장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일 때, 연구원 교수협의회에서 ‘이 위원장이 자신의 영달을 위해 연구원을 본인의 사조직처럼 운영한다’며 연임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이는 연구원이 생긴 이래 오늘날까지 유일한 교수들의 성명서 발표라며, 이 위원장의 리더십 문제를 지적했으나 이 위원장은 이를 강하게 부정했다.
정치적 편향성 문제에 대해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이 위원장이 과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선덕여왕 같은 리더’라고 발언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 위원장이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부정하자, 민 의원은 당시 신문기사와 발언 자료를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감사에 참석한 김태준 국교위 상임위원은, “처음에는 어려워도 충분한 논의를 하도록 하겠다. 외부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협조를 요청했고, 정대화 상임위원 또한, “사회적 합의가 국교위원 21명만의 합의는 아닐 것이다. 교육전문성을 위해 통합을 해 나가겠다”라며, “국회 교육위원회와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며 사회적 합의를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
선제적 교권보호 필요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에서 589억 예산 중, 417억이 사용됐으나 그 중, 380억 이상이 기금으로 전용됐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의 디벗사업과 관련해 학생들에게 제공된 스마트기기가 학습용보다, 게임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예산낭비를 지적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모 초등학교 5학년 교사가 학생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도 학교 측에서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막고 있다는 제보를 밝혔다. 조희연 교육감은 교권침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학생인권 보호 때문에 교권이 추락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교권침해에 대해 현재는 사후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점차적으로 선제적인 보호정책을 펼쳐나갈 필요성을 인정했다.
무소속 민형배 의원은, 서울의 모 고등학교에서 성비위로 해직된 교사가 5년 후 그 학교에 재임용됐다는 제보가 있다며, 조희연 교육감의 책임을 물었다. 이에 조 교육감도 제보내용을 알고 있다며, 사립학교의 경우 성고충심의위원회의 자율에 맡기다 보니 교육청에서 제재할 권한이 없어 법적 사각지대가 생긴다며, 국회에서 해당 문제해결을 위한 법규정을 제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기도교육청
교육복지 소홀 지적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기도의 교육복지예산 비중이 낮은 점을 지적했다. 복지우선학교의 지원비율이 11.8%에 불과한 점과, 특수교육 대상 교사의 비율이 정원 대비 81%로 부족함에도 교사 모집은 오히려 작년보다 23%가 줄었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다문화 학생 숫자가 많은 경기도에서 징검다리 교육(중도입국 등으로 한국어를 모르는 학생에게 실시하는 한글 등 기본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의 수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임태희 교육감은, 관련된 교육부의 예산이 줄었다는 점을 밝히며, 교육청 예산만으로라도 특수교육교사를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위원은 지난 8월 도교육청 3, 4급 직원 인사발령시 사진을 포함한 139명의 개인정보가 사전에 유출됐다며, 정보보안을 문제 삼았으나, 임 교육감은, “(교육청)간부들의 약력은 오히려 공식적으로 밝혀야 할 사항이지 보안자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서는, 이미 결정된 사항으로 보도자료 준비된 상황이었다며.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알려진 것을 제외하면 크게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기도 내 초중고의 과밀학급이 전체의 50.3%라며, 이에 대한 대책을 물었고, 임 교육감은 교육부에서도 과밀학급 해소에 협조적이지만 아직 부족하다며, 실질적인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교육부의 정책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천시교육청
교육감 측근 비리 질의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도성훈 교육감에게 교장 공모제 비리에 도 교육감의 보좌관이 연루돼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으나, 도 교육감은 이에 감사관으로부터 위법 행위를 보고받자마자 즉시 경찰 수사를 의뢰했고, 이후 수사와 재판을 거쳐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났고 2명은 파면, 4명은 퇴직했다고 밝혔다. 또한, 교장 공모제의 장점까지 훼손되면 안 되기 때문에 교육부와 협의해서 제도를 고쳤다고 답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