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기자]김응권(51)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은 야구선수로 치면 빠른 공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에 가깝다. 칠 테면 쳐 보라는 식의 배짱과 원하는 코너를 날카롭게 찌르는 직구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스타일이다. 실제로 그는 역대 어느 정부도 함부로 손대지 못했던 대학 개혁에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 총장 직선제 폐지 등 강단을 보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김차관은 “대학들의 압력과 반발이 무척 컸지만 개혁에 대한 이주호 장관의 신념이 확고해 흔들리지 않았다”며 “대학 구성원들이 지성인 답게 변화를 모색하고 개혁을 이끌었다면 감히 직선제를 바꾸자는 말을 꺼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 교육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김차관은 “한때는 총장 직선제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가 된 적도 있지만 이제는 시대적 소명을 다 한게 아닌가 싶다”며 “대학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구조개혁의 모멘텀이고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교육대학 또한 학생 수 감소와 통폐합 요구 등 주변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교대가 어떻게 되는 것 아니냐는 패배주의 보다는 스스로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긴장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차관은 교육대학에 전문대학원 과정을 설치하고 우수한 교사인력을 해외에 파견하는 등 국제교류 사업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원정책과 관련해서는 “교장공모제가 제도 취지와는 달리 담합 행위가 드러나는 등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일부이기는 하지만 절차만 공모제 일뿐 내용상으로는 후임 교장을 내정해 놓는 공모(共謀)가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 면서 “적당한 시기에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처리에 관한 한 ‘독종’으로 소문났던데.

“가끔 어떤 정책의 추진상황을 물어보면 실무자들로부터 ‘공문 보냈습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와요. 그럴 때면 좀 화가 나죠. 아무리 좋은 정책도 전달 과정에 문제가 있어 현장에서 엉뚱하게 해석되는 경우가 많은데 공문 한 장으로 일처리가 다 된다고 생각 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어요. 직원들에게 처음 의도하는 대로 정책이 잘 가는지, 혹 잘못 예측한 것은 없는지 집요하게 관리하고 보완하고 챙겨 달라고 주문합니다. 그래야 작은 변화라도 일어나는 것이죠. 공문으로 다 될 것 같으면 이 거대한 공무원 조직이 왜 필요하겠어요.”

대입전형이 방식이 3천 개가 넘는다는 것은 좀 심한것 아닌가요.

“대입 전형이 너무 복잡해 학생·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안겨 준 것은 인정 합니다. 그래서 저희들도 대입전형 간소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구요. 실제로 올해 전형 간소화 지표를 전년보다 상향 조정해서 전형 수를 1천 904개로 25% 가량 감축 했습니다. 또 학생･학부모･교원들이 대입전형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대입전형 안내 책자’를 제작하고 대입상담도 활발히 전개하는 등 불편을 최대한 덜어드릴 방침입니다.”

총장직선제 폐지 등 대학 개혁은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역대 어느 정부도 쉽사리 손댈 수 없었던 부분이 대학이었어요. 다행이 이 정부 들어 대학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또 뭔가 변해야 한다는 대학사회의 요구가 맞아 떨어지는 바람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이제 시작 단계이니 아직은 미완의 개혁이라고 봐야죠.”

반발이나 압력이 컷을 것 같은데요.

“정부가 하는 일에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은 늘 있기 마련이죠. 그분들 말씀도 일리가 있고 귀담아 듣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정부의 철학과 소신입니다. 대학개혁에 관해서는 무엇보다 이주호 장관이 전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사사로운 감정을 철저히 배제한채 어떻게 하면 대학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가만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저 역시 오래전부터 대학 사회에서 직선제는 곤란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구요.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운영 잘못에 책임이 크다고 봤습니다. 대학을 저렇게 방치해도 되느냐 하는 국민들의 불만과 우려가 쏟아지는 현실을 보면서 총장 직선제도 이제 시대적 소명을 다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 차관은 지난 2002년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행하는 월간 교육개발에 투고한 글에서 대학총장 직선제 폐지를 주장한바 있다. 이미 10년 전부터 직선제가 대학사회에 주는 폐해를 간파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총장 공모제는 정부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대학을 바꿀 수 있나요.

“완벽한 제도가 어디 있겠어요. 다만 공모제를 도입 하는게 직선제가 대학에 주는 부작용 보다는 덜 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지요. 관건은 공모제 도입 취지 제대로 살리느냐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대학에서는 교과부 관료들을 낙하산 총장으로 보내기 위해 공모제를 도입했다고 의심 하는 모양인데 절대 그럴 리는 없어요.”

교육대학들도 긴장하는 모습입니다.

“정부 정책 때문은 아닐거구요, 아마 학생수 감소나 교-사대 통폐합 등 교육여건 변화에 따른 것이겠죠. 어쨌든 교육대학도 개혁에 대한 긴장과 고민은 필요한 것이죠. 정부 역시 그들의 자구노력을 지원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에 교육대학에 전문박사과정을 두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8개 교육대학이 전문대학원 과정 개설을 신청했는데 심사가 끝나 내년부터 서울교대와 경인교대에서 박사과정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학생수는 줄어드는데 교대 정원을 그대로 유지한 이유는 뭔가요.

“교대 정원이 지난 7년간 3500명이 줄었어요. 연간 500명 꼴입니다. 매년 줄이기만 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어서 정원은 그대로 두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 볼 생각입니다. 얼마 전 노르웨이 교육차관을 만났는데 그 쪽에서는 유치원 교사가 모자라 걱정이라고 하더라구요. 우리는 우수한 교사인력이 남아도는 실정이니 언어문제만 해결된다면 보내주고 싶다고 했죠. 아시다시피 우리 교사들의 퀄러티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것 아닙니까. 교육대학들도 이제는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할 때입니다.”

시도교육감들이 각종 비리혐의로 옷을 벗거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대단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사후 매수죄로 유죄가 확정됐고 장만채 전남교육감도 뇌물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죠. 또 옷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임혜경 부산교육감 역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구요. 아마도 교육감 선거가 시․도지사와 같은 수준으로 치르다 보니 과도한 선거비용이 드는데 원인이 있는 것 같아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면 좀 나아 질까요.

“직선제 폐지는 검토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서울시 무상급식 등의 정책에서 나타났듯이 교육감과 일반 자치단체장과의 갈등을 보완하기 위해 교육감과 시·도지사와의 연계·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과부는 교육감 공동등록제를 제시한바 있었는데.

“교육감 공동등록제를 시행하면 법정 선거비용을 지금보다 50% 가량 줄일 수 있어 돈선거 폐해를 없애는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입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6월 지방 선거때 인천시의 경우 법정 제한액 14억 원 중 7억 원만 선거비용으로 사용하고도 교육감에 당선된 사례가 있어요. 교육감 선거를 깨끗한 선거로 바꾸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공동등록제는 교육정책에 뜻을 같이 하는 양 후보자가 대등한 관계에서 후보자 등록을 하는 것(개별등록도 가능)으로 지명절차를 가진다는 점에서 러닝메이트와 다르다. 교과부는 지난 상반기 중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연계․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감과 시·도지사 후보자가 공동으로 후보자 등록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마련, 세종시 선거부터 적용하려 했으나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해 무산됐다. 개정안에서는 교육감후보자와 시·도지사후보자가 공동등록한 경우 선거벽보, 선거공보, 선거공약서에 공동등록 사실을 각각 기재하게 되며 교육감 후보자의 기탁금과 선거비용제한액 그리고 선거운동원 수를 현행 교육감 선거 대비 100분의 50으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위원 일몰제 폐지 의향은 없나요.

“교육위원회(교육의원)를 시·도의회(시·도의원)로 일원화 하도록 한 현행법은 지난 2010년에 여야합의로 개정된 것입니다. 아직 한 번도 시행해 보지 않았는데 벌써 폐지 여부를 거론한다는 것이 적절한 것 같지는 않아요. 교육위원회는 예정대로 2014년 6월 30일 까지만 존속됩니다.”

학교평가, 교원평가, 성과급 평가 등 학교 대상 평가가 너무 많아 교원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업무 부담이 많다는 이유로 평가를 줄여주셨으면 하는 분들이 계신데 무조건 통합은 곤란하다고 봅니다. 학교평가나 교원평가, 성과급 평가는 그 나름대로의 평가목적과 결과 활용에 분명한 차이가 있어요. 평가 목적을 훼손해 가면서 까지 업무 간소화를 추진 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교장 公募제가 후임자를 미리 내정하는 共謀제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 우리도 공모제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또 우려하고 있어요. 실무 부서에서 운영과정을 필터링하고 있는데 제도 취지를 훼손하는 정도라고 판단되면 대처 방법을 강구 해야겠지요.”

교육공무원 승진규정 개정은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육아휴직기간 전체를 승진 경력평정 기간으로 산입하는 것과 학교폭력 예방 및 해결에 기여한 교원에게 승진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종전에는 첫째 및 둘째 자녀의 경우 1년씩만 인정했었는데 이제는 모든 자녀에 대한 육아휴직기간(자녀별 최고 3년) 전부를 근속기간에 산입하도록 교육공무원법을 개정했어요. 예정대로 라면 11월 중 법령공포와 함께 시행에 들어가 2012년 12월말 경력평정 시부터 반영될 것입니다. 또 학교폭력 예방 및 해결에 공적이 있는 교원에 대해서도 연간 0.1점의 공통가산점을 줍니다. 2013년 12월말 평정 부터 반영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5일수업 실시 이후 학생들이 더 피곤해 졌다고 합니다. 수업일수를 줄일 계획은 없나요.

“사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현행 수업시수가 OECD 주요 국가와 비교해 볼 때 적은편이예요. 현재 적용되고 있는 교육과정에서 이미 주 5일 수업제 전면 실시를 전제로 수업 시수를 설정했고 학생들의 학력 부진을 초래할 우려도 있어 감축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또 많은 학교가 토요일 수업을 평일로 편성해 운영하거나, 창의적 체험활동 등으로 운영하는 실정이기 때문에 학업 부담이 크게 증가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구요. 학교장 재량 수업일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현행 수업 일수는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은데요.”

MB 정부의 교육정책을 평가 한다면 몇점 정도 주십니까.

“가장 잘된 성과는 “新고졸시대”를 열었다는 점입니다. 또 3~5세 누리과정 도입과 대학구조개혁도 손 꼽을 수 있는 성과라고 보여 져요. 우선 90년대 이후 기피대상 학교로 전락한 특성화 고교들이 고졸취업 확산과 마이스터고 설립 등에 힘입어 되살아 난 것은 굉장한 의미를 갖는 변화입니다. 아마도 특성화고에 대한 지원을 늘려 “선취업-후진학” 정책을 적극 시행하고 그 바람에 취업률도 크게 상승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겠죠. 다만 심각한 학교폭력 문제에서 보듯 교육현장에 인성교육이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말씀하신 것 처럼 학교폭력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은 여전합니다.

“우리 애들이 아침에 일어나 ‘오늘은 학교가서 누구한테 맞을까, 또는 왕따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걸로 고민 한다면 이 얼마나 슬픈 현실입니까. 그런 환경에 애들을 방치했다면 그건 교과부와 교육청, 학교 등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어쨌든 학생들이 즐겁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어떤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마지막 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다음 정부에 부탁하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우리사회의 임금관행이나 고용관행을 바꿔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능력만큼 인정받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까지는 대학 입시 제도를 바꾸면 될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을 했지만 실제로는 기업체의 고용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고등학교만 졸업했더라도 4년 뒤 그 분야에서 대졸자와 같은 수준의 일을 한다면 임금이 같거나 채용에서 차별 받지 않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봅니다.”

김 차관에게 교과부란 무엇입니까.

“(웃으며) 교과부요, 제 인생의 전부죠. 20대 후반에 들어와 이 조직에 청춘을 다 바쳤어요. 제 아이디가 ‘imoe’로 시작해요. 직역하면 ‘내가 교과부’라는 뜻인데 ‘내가 하는 일이 곧 교과부 일인 만큼 사심 없이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로 정했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교육 현장 곳곳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에 매사 책임 있고, 신중하고, 공정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사심 없고, 열심히 그리고 잔재주 안 부리는 선배들의 성실한 모습을 존경해 왔고 또 제 공직생활의 롤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