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재양성을 위해서는 교육부의 개혁과 혁신,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 교육부가 경제 부처처럼 생각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인력양성을 강조하며 교육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는 교육부가 그동안 첨단 산업 인재 육성을 위한 고등교육 다양성 촉진에 실패했다는 질책으로 해석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 개조를 위해 교육부의 관료 기득권을 타파해야 한다는 대통령 뜻이 읽혔다”고 했다. 이에 따라 대학 반도체 학과 증원을 위한 ▲교사 ▲교지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 4대 요건을 완화하고, 정원 규제를 받는 수도권 대학의 관련 학과 증원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산업은 매년 1621명의 인력이 부족하나, 전공 졸업생은 650명에 그쳤다. 4차 산업혁명으로 반도체는 산업 각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 (loT)은 물론 6G(6세대)통신·자율주행까지 반도체가 쓰이지 않는 산업 분야가 거의 없을 정도다.
교육부가 이달 말 내놓을 반도체 인재양성 방안도 관련 학과 정원증원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법 개정을 추진하고 그간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정책에 따라 수도권 대학이 감축해온 정원 중 일부를 첨담학과 증원에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대학이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증원 가능한 정원규모는 약 8천명으로 알려진다. 교육부 대학설림 운영규칙에 따르면 교사(校舍) 기준은 공학계열의 경우 학생 1인당 20제곱미터를 갖춰야 하지만, 이를 완화할 시 대학의 정원증원이 용이해진다. 또 학부 1명을 감축하는 대신 대학원 석사정원 1명을 늘리는 증원 방식도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대학 설립 운영규칙은 대학원 정원 1명을 늘리려면 학부 1.5명을 감축토록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식 산업의 핵심은 휴먼 캐피털(human capital·인적 자본)이고 우리나라가 도약하려면 첨단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 양성이 절박하다”면서 교육부 개혁을 강조하며 전 부처에 ‘4차 산업혁명’과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달 26일, ‘제3차 디지털 인재양성 100인 포럼’이 열린 서울 광운인공지능고등학교를 찾아, AI 교육 체험관을 방문했다.
교육부 제공
이날 강연을 요청받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반도체에 대한 이해와 전략적 가치’란 주제로 강단에 서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핵심 산업인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해야 하는데 산업 현장의 인력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한국 대학 교육을 개혁하기 위해 교육부 등 전 부처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고 피력했다.
윤 대통령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방한 때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가장 먼저 방문한 것을 언급하며 반도체 산업이 경제 안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장성민 대통령실 정책조정기획관은 “국가와 정부, 기업, 사회 조직을 4차 산업혁명 시스템으로 전면 개혁하지 않으면 미래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대통령이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개혁의 핵심 대상이 교육부란 인식을 윤 대통령이 이날 밝혔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와 연계한 재정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반도체 인재양성을 위해선 실험실습 기자재 지원이나 교원 확충을 위해 산업계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