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가 7월 중 2009교육과정 수정고시안을 발표한다. 이번엔 집중이수제 확대가 핵심이다. 현재 8개인 집중이수대상과목을 10개 정도로 늘리는 것이다. 학생들로서는 배우는 과목 수는 늘어나는 대신 과목당 수업 시수는 이전보다 줄어들게 됐다. 음악 미술, 체육 등 교과가 집중이수제 과목에서 제외돼 학교가 자율적으로 수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교과부의 정책 변화가 졸속에 가까울만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집중이수제가 시행된 것은 지난해부터. 이명박 정 부들어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여준다며 교육현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인 대표적 정책이다. 그동안 음악 미술 체육수업을 한꺼번에 몰아서 하다 보니 교육 현장 곳곳에서 문제점이 불거졌지만 교과부는 아랑곳 안 했다.
그러던 교과부가 올해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대구중학생 자살사건으로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지고 인성교육 부재에 대한 비판이 거세자자 교과부가 예체능교육 강화를 대안으로 들고 나왔다. 지난 4월 집중이수제 개편 연구에 들어간 교과부는 불과 두달여만에 개선안을 내놓고 9월부터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학교폭력 전화를 설치하고 경찰관으로 배치하는 등 충격요법을 처방했지만 학교폭력은 줄어들지 않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자 인성교육을 일종의 출구전략으로 삼은 셈이다. 단기간에 성과가 드러나기 어려운 인성교육이란 추상적 화두를 던져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자는 정치적 속내가 담겨있다.
그러나 이는 교과부 스스로가 교육을 저버리는 몰지각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교육현장에서는 학교교육의 근간이 되는 교육과정을 1년만에 손바닥 뒤집듯 하는 교과부 처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고작 1년 시행해보고 ‘문제있으니 없던 일로 합시다’ 해도 될 만큼 교육과정을 헐값에 넘겨버렸다는 지적이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집중이수제 정착에 심혈을 기울였던 많은 학교들은 교과부의 수정고시가 어처구니 없을 뿐이다.
또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 음악 미술 등 예체능교과 수업을 늘리겠다는 교과부 논리도 해괴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교육과정평가원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도 학교폭력과 예체능교과 수업시수와의 연계성을 입증할 학문적, 이론적 근거가 제시되지 못했다. 교과부 담당과장 역시 예체능교육이 인성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말만할 뿐 이를 입증할 자료를 내놓지 못했다.
많은 교육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이 기승을 부리고 피해자가 늘어 나는 요인으로 우리의 고질적인 입시교육과 경쟁주의 교육을 꼽는다. 서울시내 한 중학교 교장은 “주무부처인 교과부가 근본 대책은 외면한 채 스포츠 클럽을 확대하고 예체능교육 늘리는 것이 전가의 보도 인양 휘둘러 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인성교육을 중시한 것이라면 도덕교과도 집중이수 대상에서 제외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현장의 여론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한 현장교사는 “교과부가 교육논리보다는 행정이나 정치논리에 우선하고 학교폭력으로 드러난 정부의 무능함을 예체능교과 확대를 통해 모면하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