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집단괴롭힘에 따른 정신적 충격으로 상담치료를 받고 있는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올해부터 학교폭력 피해 치료비를 지원해준다는 정부 발표를 믿고 보상을 신청했으나 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거절당했다.

가해자가 폭력 사실을 부인하고 있을 뿐아니라 피해사실을 입증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중3 때 당한 집단괴롭힘이었기에 이미 관련 학생들이 상급학교에 진학해 버렸고, 학교측도 시간이 지난 사건이어서 폭력사실을 입증한 자료가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A씨는 천여만 원에 이르는 치료비가 부담스러워 공제회 문을 두드렸으나 상황이 달라 지지 않았다.

학부모 B씨의 사연도 어처구니 없기는 마찬가지. 지난 5월 학교언전공제회에 치료비를 청구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법적 근거가 없어 지급이 곤란하다는 거였다. 현행 학교안전공제회법상 구상권 청구대상이 불명확하면 치료비를 지원할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교과부에 전화를 건 B씨는 ‘당연히 치료비를 보상해주는데 무슨 소리냐’는 핀잔만 들었다. 치료비를 준다는 교과부와 줄 수 없다는 서울학교안정공제회가 서로 정반대 답변을 내 놓은 것이다.

지난 3월 정부는 학교폭력예방에관한 법률을 개정, 4월 1일부터 학교폭력으로 인해 치료 상담을 받고있는 경우는 가해자와 합의 이전이라도 치료비를 보상받을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지난 14일 현재 전국에서 34건의 피해 보상 청구가 학교안전공제회에 접수됐다. 서울의 경우 15건의 보상요구가 학교안전공제회에 들어왔다.

그러나 22일 현재 실질적으로 치료비 보상을 받은 것은 단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밝혀졌다. 나머지 10여건은 보상 여부가 지극히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치료비 보상이 안 되고 있는 것은 구상권 행사의 어려움 등을 들어 학교안전공제회측이 보상심사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현행 학교안정공제회법과의 상충되는 점 등을 들어 난색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부 발표만 믿고 치료비 보상을 청구했던 학부모들로서는 정부의 미숙한 일처리로 또 한 번 가슴에 상처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학부모 B씨는 학교폭력 후유증으로 매일 안정제를 먹으며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는 아들을 보면 가슴이 무너진다면서 막대한 비용이 드는 치료비와 교통비 등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어디서 보상 받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충분한 검토도 없이 선심 정책은 피해 학부모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이라며 "최소한의 치료라도 받을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일부시도교육청 안전공제회가 치료비 보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면서 "조만간 적극적인 보상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