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시행 중인 학생정서행동 발달검사를 놓고 교육계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일선학교들은 과중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고, 일부에서는 문항의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또 교육당국은 2차 검진 대상자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로 나타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서행동발달 선별검사는 1차와 2차로 나눠 진행되며 2차에서 기준 점수 이상이 나올 경우 정신보건센터 등 전문기관이 치료를 담당하는 시스템으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올해 교과부가 초중고 전학년에 걸쳐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1차 검사결과 대부분 학교에서 정신건강에 이상 징후를 보인 관심군 학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서울 A고는 전체 학생 8백여명 중 270여명이 1차검사에서 관심군으로 분류돼 현재 2차 상담중이다. 또 다른 B고는 전체 1천여명 중 620여명이 2차 검사 대상에 오르는 등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예년의 사례와 비교할 때 초중학교는 1.5~2배 정도 늘어난 반면 고등학교는 2~3배의 증가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초중학교 단계에서 방치된 아이들이 고교에 진학해 입시부담 등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높은 자살위험 수치를 보이거나 불안, 우울, 폭력성이 강화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김모 의원은 정서행동 선별검사에서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된 학생이 서울에서만 6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교과부는 충격에 빠져 들었다. 1차 검사 잠정 집계결과 전국적으로 30~40만여명의 학생이 자살위험군으로 분류될 것이라는 추측에 곤혹스런 모습이다. 당장 이 학생들을 어떻게 상담하고 치료해야 하는 지가 발등의 불이 됐다. Wee센터와 정신보건센터 등 기존 상담 치료기관과 연계성을 높인다는 방침이지만 이것만으로 수십만명의 학생을 수용하기는 역부족이다. 지금도 Wee센터에서 상담받으려면 한 달 가까이 대기해야 하는 실정이어서 정부 대책이 탁상행정이란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같은 상담 및 정신보건 인프라가 농어촌 지역은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어 교과부 등 정부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