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선취업 후진학 특성화고 정책에 관련 학회와 교육계가 ‘직업교육은 실종된 채 인력 양성소로 전락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가 특성화 고교의 취업률만 강조하다 보니 학교에서의 교육적 가치는 사라지고 오직 취업에만 올인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MB 정부의 직업교육 성과와 차기정부의 직업교육 방향’을 주제로 지난 30일 한국직업교육학회와 직업능력개발원이 공동 주최한 춘계학술 세미나.

참석자들은 고교 취업률 제고 정책과 특성화고 감축, 마이스터고 육성 등 MB정부 대표적 직업교육 정책들을 철학도 비전도 없는 행정이라며 싸잡아 비판했다. 특히 일련의 직업교육 정책이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경험과 주관적 시각에 의해 결정되는 바람에 공공성과 전문성이 떨어졌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이병욱 교수(충남대)는 “특성화고 졸업생 취업률을 6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정부 정책은 학교를 기업의 구인난 해소를 위한 인력양성소로 전락시킬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취업률을 높여야만 정부로부터 장학금 등 예산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어 일선학교에서 무리한 취업 부풀리기 행태가 만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로 인해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고교 졸업 후 임시직이나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으며 열악한 근무조건 탓에 잦은 직장 이동 등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특성화고 취업자 46만4천여명 중 임시직과 일용직 근로자는 22만6천여명으로 전체 45.2%를 차지했으며 비임금 근로자도 3만6천여명(7.6%)에 달해 절반 이상이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토론자로 나선 이상원 서울덕수고 교장은 “특성화 고교에서 교육과정이나 교사전문성, 수업방법 개선등 다양한 직업교육 정책은 무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고졸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여전한데 무조건 취업만 강조하는 것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장은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우리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수 있다는 사회적 비전이 없는 실정에서 학생들을 마구잡이 식으로 취업현장에 내모는 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것인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들이 정부 압력에 의해 하는 수 없이 고졸취업을 받아들이는 느낌”이라면서 “정권이 바뀌어도 이 같은 기조가 유지 될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마이스터고에 대해서도 “정부의 차별적인 집중지원은 이들 학교를 직업교육 귀족학교로 만들었다”며 “이로 인해 일반 특성화고는 변화에 대한 의지와 사기가 떨어지고 정부에 대한 반감만 커졌다”고 불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