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공단에서 아이스케키 팔던 고학생이 우리나라 고등교육을 총괄하는 교과부 최고위직에 올랐다. 지독한 가난 때문에 중학교도 못다닐 형편이었으나 공부를 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온갖 역경을 극복, 마침내 직업공무원의 꽃인 중앙부처 1급 관료가 됐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돈이 없어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교복 입은 친구들이 너무 부러워 몇 날 며칠을 눈물로 보냈다. 입학금만 보태달라고 어머니 치마폭에 매달렸지만 아무 말이 없었다.
 
추운 겨울 어느 날 야간열차를 타고 무작정 서울로 갔다. 신문배달, 우유배달, 고물 줍기 등 돈 되는 일이면 닥치는 대로 했다. 여름이면 하루 종일 서울 구로공단에서 아이스케키를 팔았다. 학비를 벌기 위해 몸집만한 얼음통을 양어깨에 둘러메고 벌컥대는 공단 후미진 골목을 누볐다. 하나에 5원하던 하얀 아이스케키는 그에게 희망의 젖줄이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지금, '아이스~~ 케~~끼'를 외치던 소년은 지난 19일 교과부 1급 관료에 발탁되는 감격을 맛봤다.

구 실장은 지난 1980년 지금 7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4급 을류 시험에 합격, 당시 문교부에 첫 발령을 받는 이래 33년째 교과부에 근무하며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LA 한국교육원 부원장, 교과부 학교제도과장, 대학경영지원과장, 울산 부교육감, 대학지원국장등을 두루 역임했다.

구 실장은 “도전이 성공의 지름길 이었다”고 말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희망의 끈을 놓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후배 공무원들에게 늘 목표의식을 분명이 가질 것을 주문한다. 원칙과 소신, 공무원으로서의 자긍심도 빼놓을 수 없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LA 한국교육원 근무 때 재산운용 문제로 갈등이 빚어지자 당시 영사관 고위관계자와 직을 걸고 담판을 벌여 투명하게 처리한 사건은 지금도 교민사회에서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형편도 지위도 나아졌지만 배움에 대한 집념과 검박한 생활은 여전하다. 지금도 매일 아침 두시간씩 인터넷을 통해 세계의 정치, 경제 문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그가 신고 다니는 구두는 수명이 7년째다.

“앞으로 10년 후 쯤에는 대학신입생수가 지금의 절반수준으로 줄어요. 대학들에게는 존립을 위협하는 상황이 오는 거죠. 지금부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데 우리 부가 추진하는 대학구조조정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구 실장은 주어진 시간 동안 우리대학들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기틀을 튼튼히 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