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의견 반영한 경남학생인권조례
10년간 수정부터 부결까지
기사입력 2019-05-24 10:40 | 최종수정 05-24 10:40
 

최근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부결됐다. 이에 교육단체는 반발하고 나섰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10년간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노력해왔다. 학생인권조례가 서울, 경기, 광주, 전북 등에서 시행되면서 긍정적인 교육효과를 얻은 것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이에 경남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이유부터 주요내용, 부결되기까지의 과정을 간단히 짚어보고자 한다.


인권친화적 학교 문화 조성

박종훈 경남도교육청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안의 제정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학생의 인권은 「대한민국헌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등의 법률,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서 충분히 보장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초․중등교육법」제18조의 4(학생의 인권보장)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구체화하는 시행령이 없어 학교현장에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고 실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최근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학교폭력과 인권침해로 인해 자아존중감이 저하된 학생들이 날로 늘어가고 있어 보다 실효성 있고 인간존엄성에 뿌리를 둔 본질적인 인권교육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에 학생이 자신의 권리를 알고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며, 학교에서 학생의 권리가 침해받았을 때 이를 구제하고 보장받을 수 있도록 「경상남도 학생인권 조례」를 제정함으로써 「대한민국헌법」 및 법령에서 규정한 학생의 인권을 보장․실현하고, 학생・학부모・교직원 등 교육공동체 구성원의 인권 감수성을 높여 인권친화적인 학교문화를 조성하는 한편, 이를 통해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고 평화로운 학교 공동체를 만들고자 한다.


국가인권위의 이례적인 촉구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9일 경남학생인권조례가 조속히 제정되어야 한다는 성명서를 이례적으로 발표했다. 이어 상임위원이 직접 경남을 방문하는 등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지지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아동권리위원장인 정문자 상임위원은 10일 오후 김지수 경남도의회의장을 만나 경남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정 상임위원은 “경남은 10년째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시도하고 있다. 경남은 3.15의거, 부마항쟁 등 민주주의 산실이다”며 “경남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는 것은 의미가 크다. 이번에 학생인권조례가 꼭 제정될 수 있도록 현명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 경기 등 학생인권조례가 먼저 제정된 지역은 체벌과 학교폭력이 줄어드는 등 순기능을 보이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기본권 주체로서 아동 청소년의 인권신장에 도움이 된다. (반대 측의) 우려점은 실제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권의 지방화가 국제적 추세다. 경남지역의 학생인권조례는 전국적 관심사다. 학생인권조례를 준비 중인 다른 지역에도 확산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거듭 협조를 당부했다.


학생 의견 반영해 구체적 내용 명시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경남학생인권조례의 특징에 대해 “(타 시도와 다르게)경남 학생인권조례의 특징은 선언적 내용보다는 구체적 내용을 명시한 조항이 많다”고 밝혔다.

조례안은 학생들의 자치역량과 참여권을 크게 강화하여 자발성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했고, 폭력이나 따돌림을 당한 피해 학생뿐만 아니라 신고한 학생의 보호받을 권리, 쾌적한 교육환경과 건강권, 휴식과 문화의 권리, 북한 이탈 주민 가정이나 난민가정 등 소수 학생의 권리까지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권조례안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교육감은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함에 있어 학생인권을 존중하여야 하며, 관계기관과 협력하여 학생인권을 보장하고 실현하는 데 노력하도록 함(안 제3조).

나. 학생은 신체의 자유, 양심과 종교의 자유, 표현과 집회의 자유와, 개성을 실현할 권리, 보호를 받을 권리, 징계에 대한 적법절차의 권리 등 자유권을 보장함(안 제4조 내지 제13조).

다. 학생의 배움과 학습에서 평등한 기회를 제공받는 같을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 평등권을 보장하고, 학교의 장은 성인지 교육의 실시와 차별에 대한 이의제기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함(안 제14조 내지 제17조).

라. 학생 등의 의견제출권, 학생자치활동과 참여의 보장, 학칙 등 학교 규정의 제정 또는 개정에 참여할 권리,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석할 권리 등 참여권을 보장함(안 제18조 내지 제22조).

마. 학생의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 쾌적한 교육환경과 건강권, 안전권, 휴식과 문화의 권리, 노동인권 교육, 소수 학생의 권리 등 교육복지권을 보장함(안 제23조 내지 제29조).

바. 교육감은 학생인권을 보장하고 실현하기 위한 심의기구로서 도교육청에 경상남도학생인권보장위원회를 둠(안 제30조).

사. 교육감은 학생인권을 보장하고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학생인권옹호관 1명과 그 업무 수행에 필요한 조직으로서 도교육청에 학생인권센터를 둠(안 제33조 내지 제35조).

아. 학생이 인권을 침해당하였거나 침해당할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누구든지 학생인권옹호관에게 구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함(안 제39조).

자. 학교의 장은 학생인권을 보장하고 실현하기 위하여 학생을 대상으로 학기마다 2시간 이상 학생인권교육을 실시하도록 함(제45조).


조례안 부결, 교육단체 반발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남학생인권조례는 지난 15일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부결됐다. 교육위원회는 이날 제363회 임시회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를 심사한 뒤 표결에 부쳐 반대 6표, 찬성 3표로 부결시켰다.

반대의사를 밝힌 의원들은 “학생인권조례가 상위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며 “조례가 제정될 경우 교권침해의 가능성이 높고 학생들이 성적(性的)으로 문란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교육단체들도 반발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우리 사회는 학생들이 스스로를 존엄한 존재로 여기고 상대방의 인권을 존중하며 자율과 자치가 가능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경남도의회 의장은 학생인권조례를 직권 상정하고 ‘시민의 대표’로서 책임 있게 제정에 임하라”고 당부했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도 16일 성명을 통해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교사와 학생, 학생 상호 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학내 문화가 정착되고, 학내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 등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을 줄일 수 있다”며 “학생인권조례 부결은 인권에 기반한 민주적인 자치공동체 실현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후진적 행태다. 본의회에 직권상정해 학생인권조례를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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