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은 올해 2학기부터 고등학교 3학년부터 무상교육을 시작하기로 협의했다. 연간 2조원의 재원은 정부와 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이에 교육청과 교원단체는 고교 무상교육 취지는 공감하지만,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어 제 2의 누리과정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교육부, 기획재정부, 더불어민주당, 청와대는 9일 국회에서 당·정·청 협의를 갖고,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현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협의에 따라 고교 무상교육은 올 2학기부터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2020년 고등학교 2‧3학년, 2021년부터 전면 시행된다. 무상교육의 지원 항목은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대금이며, 대상 학교는 초‧중등교육법 상 고등학교, 고등기술학교 등이다.

소요 예산은 올해 2학기 고등학교 3학년 49만명을 대상으로 3856억원, 2020년 2‧3학년 88만명 1조3882억원, 완성연도인 2021년 전 학년 126만명 1조9951억원이 소요된다.

정부는 고등학교 무상교육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 재원확보 방안도 확정했다. 필요재원은 실 소요금액을 산정하여 반영하는 증액교부금 방식으로, 국가와 각 시‧도 교육청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지방자치단체의 기존 지원금을 제외한 총 소요액의 50%씩 분담하기로 했다.

당‧정‧청은 고교 무상교육의 안정적‧지속적 시행을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4월 초에 발의할 예정이며, 상반기 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과 함께 통과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그러나 재원 마련 방안과 관련해 교육청과 협의가 되지 않는다면 2005년 불거진 누리과정사태와 같은 대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과 협의됐다고 밝혔지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최대 30%까지 교육청이 부담하게 될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절반까지 감당해야 할 줄은 몰랐다. 교육감협의회와 별도의 논의 없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각 시‧도 교육감은 의견을 모아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감협의회는 지난달 14일 기자회견에서도 “무상 교육 실시가 예산 부담의 문제로 전락되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국가정책 추진과 관련된 재정부담을 교육감에게 떠넘기지 말라”고 강조했었다.

교원단체도 고교 무상교육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국가 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육청에서 부담을 안고 재정을 조달하면 학생 교육활동에 필요한 예산이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이런 부작용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 등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재원 확충 방안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논평을 통해 “고교무상교육은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재원 마련 방식에는 우려를 표명한다”며 “교육부가 독점하고 있는 교육 권한을 과감하게 시·도교육청 교육감에게 대폭 이양해 교육자치를 실현해야 한다. 그 후에 재정부담을 요구하는 것이 순리”라며 교육감에 권한 이양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