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늦어도 올해 2학기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내년부터는 육 전면 시행될 예정인데, 여기에는 연간 2조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과거 누리과정 재원마련을 둘러싼 갈등을 재연하지 않으려면 안정적인 재원확보방안이 우선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교육부는 서울 성동구 한양대 서울캠퍼스에서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 한양대 교육복지정책중점연구소 등과 함께 19일 ‘고교무상교육 실현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현방안’ 주제발표를 통해 올해 2학기 3학년부터 고교무상교육을 하면 올해 4066억원, 2020년에 1조4005억원, 2021년 2조734억원이 각각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1학년부터 시행하면 각각 3828억원, 1조4149억원, 2조734억원이 투입돼야 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사립특수목적고를 제외(마이스터고는 포함)한 국·공·사립 고교 학생에게 입학금을 뺀 수업료와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구매비를 지원한다는 가정으로 추계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재원으로는 고교무상교육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송 교수의 지적이다. 최근 세수호황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늘면서 현재 교부금으로도 고교무상교육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과거 누리과정을 시행하면서 교부금으로 밀어붙이다가 기획재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갈등을 겪은 전례도 있다. 따라서 미리 분명한 재원조달 방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그런 갈등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이에 따라 송 교수가 제시한 고교무상교육 재원확보방안은 2가지이다. 하나는 교육비지원특별회계(가칭) 를 신설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인상하는 것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실시한다면 2021년까지 '내국세의 21.26%'로 현재 교부율 20.46%보다 0.8%포인트 높여야 한다는 계산이다. 과도기인 내년에는 0.54%포인트, 올해는 0.16%포인트 인상이 필요하다.

송 교수는 고교 무상교육 관련 예산을 누리과정처럼 교육비지원특별회계를 한시적으로 설치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누리과정 특별회계도 올해 연말에 종료되기 때문에 두 재원을 하나의 특별회계로 구성하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내국세 교부율을 21.27%로 0.81%포인트 상향조정해야 한다.

교육부는 송 교수가 제시한 교부율보다 낮은 0.6%포인트을 최저선으로 판단하고 있다. 추가 소요재원도 저소득층 학비 지원 등 기존 지원분을 제외하면 약 1조5000억~1조6000억원으로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고교무상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재직자, 저소득층 등은 정부나 회사로부터 고교학비를 지원받고 있지만, 일부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재직자는 그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이런 불평등한 구조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복지확대로 급식비나 교복구매비 등을 지원하면서 유독 학비만 학생·학부모가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설세훈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고교무상교육은 공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완수하기 위한 정책”이라면서 “조속히 시행방안을 확정해 올해 2학기부터 차질없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