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학우들 비난․따돌림 거세도, 정체성 알려질까 나홀로 ‘끙끙’
학교 별 2~3명씩 성정체성 고민, 교사도 ‘물 흐린다’ 냉대
“학교에서 공개적으로 아웃팅을 당했어요. 전교에서 따돌림을 받았지만 학교에서는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았습니다. 학교가기 싫었고,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친구들을 만나 위안을 받은게 전부예요”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힌 고등학교 2학년 김양(여, 18세)은 어렵게 입을 뗀다. 중학교 시절 아웃팅을 당한 김양은 그 뒤로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학우들의 시선은 여전히 버겁다.
자신의 성적취향에 대해 깨닫는 시기는 보통 중고등학교 시절 사춘기를 겪으면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상담이나 교사의 무관심 속에 학생들은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자신들만의 세계로 숨는다.
김 양은 “저 같은 학생들이 학교마다 적어도 2~3명씩은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이 아이들 중에 성인이 되어서 까지 동성애 성향을 가지고 가는 아이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지만, 보통 학교생활을 힘들어 하는 것은 같아요. 학교에 두세명씩은 있는데..이게 소수만의 문제일까요?”라고 되묻는다.
김 양은 학교에서 ‘더럽다’는 이유로 선배들에게 끌려가 폭행을 당했다. 폭행에 대해서 교사에게 알리려고 해도, 자신의 성적취향을 밝히기가 두려워 입을 닫았다. 학교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고지만 피해학생 조차 일을 숨기기에 급급하다.
지금은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는 김군(남, 19세)는 학교시스템에 불만이 많다. “저의 경우는 선생님들도 동성애자라는 걸 알았어요.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상담을 하거나 저를 학교에 적응시키기 위한 노력은 없었죠”라고 답답했던 속내를 털어놓는다.
상담사를 찾으려는 노력을 해봤냐는 질문에는 “학부모나 교사들이 데려가는 것이 아니면 스스로 상담센터를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자신의 성향이 밝혀질 것 같은 두려움에 쉽사리 도움을 청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금 청소년 단체에서 인권운동을 하는 이 학생은 동성애 학생, 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자아에 대한 고민이 깊고 어느 또래 학생들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김 군은 “동성애 성향을 깨닫자 마자 제일 처음 상처를 받은 곳은 학교예요. 선생님도 쟤 왜 교실 분위기 흐리냐는 시선으로 바라봤고, 그래서 아, 내가 정상적이지 않구나. 일반 학생들과는 어울릴 수 없겠다라는 생각을 제일 처음 하게 되었어요”라고 전하는 김 군에게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묻어난다.
서울청소년상담센터 팀장은 “소수의 학생들이지만 동성애적인 문제로 상담시설을 찾는 경우가 있다. 이 같은 학생들은 보통 교사나 학부모에 의해 기관을 찾는다”며, “궁극적인 상담 목표는 중고등학교 시기의 자아정체성, 성정체성을 찾아 사회와 학교에 적응하게 하는 것”이라고 전한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상처를 받고 찾아와, 겁을 먹고 있다. 이 들이 이 시기에 상담을 받는 것은 중요하다. 학교 현장에서 상담시설을 찾는 등의 적극적인 대처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학교 현장에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빠진 학생들은 더 이상 소수의 문제가 아니다. 사춘기 시절을 겪는 청소년기, 학교와 가정에서의 깊은 관심이 뒷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성애 고교생 인터뷰>
학교에서 동성애적 정체성을 깨닫고 현재 동성애자인 정양(여, 25세)는 자신의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며 교사와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정양은 “학교에서 동성애 성향을 보이는 학생들을 노골적으로 잡아냈고, 구체적 상담보다는 학교에서 잠재적 문제아 취급을 받았죠”라며 학창시절을 회상한다.
정 양에게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보았다.
▲동성애 학생들이 커뮤니티 등에서 모임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현실은 어떠한가?
- 학교 내에서 같은 성향 학생들을 만나 이해를 받지 못하게 되면, 메신저나 청소년 동성애자들을 위한 사이트를 찾게된다. 이 학생들의 수가 상당하다. 전국적으로 많은 청소년 동성애자들이 가입하고 활동한다. 이 관계가 많은 허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동성애라는 특수한 공통점을 가지고 만나게 되면 일단 경계가 많이 풀린 상태로 만나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의 시선을 피해 숨어드는 곳이 정해져 있고 그런 장소가 꼭 건전하기만 하다고는 할 수 없다.
▲청소년 시기에 상담사를 찾거나 주변에 도움을 청한 적이 있는가?
- 개인적으로 상담사를 찾아본 적은 없다. 아마 부모님께 들켜 끌려가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스스로 상담사를 찾는 동성애자들은 없을 것이다. 이런 경우 부모님은 어린 자식의 미래를 염려하면서 동시에 배신감으로 사춘기 아이에게 상처가 될 말을 서슴치 않는다.
예외는 있겠지만 부드럽게 안아주는 부모는 정말 소수에 불과하다. 부모님께 들켜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상담사를 찾는다던가 하는 적극적인 노력은 거의 없다.
▲자신과 같은 청소년기를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조언한다면?
- 고등학생까지 수많은 같은 성향의 친구가 있어도 대학을 가게되면 대다수의 친구들이 이성을 만나게 된다. 졸업을 하고 이성이 많은 대학을 갔는데도 여전히 동성에게 끌린다면 그때 더 진지하게 생각해봐도 늦지 않다.
어려운 일들은 수없이 많이 일어난다. 자신의 성향을 ‘더럽고 숨겨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어려운 일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성향으로 생각했으면 한다. 결코 자신이 잘못되었다던가 죄인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동성애 문제에 대한 사회적 시각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어떤 것이 있겠는가?
- 일반청소년 들도 음지로 스며드는 요즘같은 세상에 정체성에 혼락을 겪는 아이들이 설자리는 더 작고 어두워질 뿐이다. 어두운 부분들에 초첨을 맞추지 말고 모든 면모를 살펴 객관적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갔으면 한다.
아이들이 예민한 시기에 상상도 못할 말들로 비난을 받는 일들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정 양은 이제 막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소년기에 어른들의 따뜻한 관심이 동성애 학생들이 사회에 적응하는 뒷받침이 될 것이라며 학교에서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염가희 기자 | | |
|
